“민주주의 사라진 교실, 힘이 최고가치 돼”

“민주주의 사라진 교실, 힘이 최고가치 돼”

입력 2011-12-28 00:00
업데이트 2011-12-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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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학교 별’ 교장 김현수 관동대 교수 진단

”학생의 분노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말할 곳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돌봄 기능이 약화한 결핍사회로 가는 것이죠.”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인 김현수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는 28일 “지금의 학교는 돌봄은 부족하지만 폭력은 과잉 상태인 ‘폭력사회’이자 ‘결핍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일련의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과거보다 학생들의 분노 수준이 높아지면서 학교폭력의 잔인성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김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크게 마초적 가해자ㆍ전이형 가해자ㆍ참모형 가해자ㆍ복수형 가해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초적 가해자’는 또래집단 내 두목 격의 학생으로 우월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유형이다. 잘못된 가부장적 역할 모델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전이형 가해자’는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또래 학생들에게 ‘분풀이성’ 폭력으로 해소하기 때문에 더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참모형 가해자’는 직접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옆에서 괴롭힘을 선동하는 유형이고 ‘복수형 가해자’는 그 자신의 폭력 피해 경험이 가해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다.

사회적 충격을 불러온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물리적 폭력을 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마초형보다는 전이형, 참모형 가해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학교에서는 힘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며 “가해 학생의 수가 많고 이들에게 동조하는 문화가 만연한 것이 우리나라 학교폭력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교실에 민주주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교장을 맡은 도시형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에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학교를 떠나온 학생이 상당수 재학중이다.

김 교수는 “실제로 교실에서는 폭력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데 아이들에게 침묵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부모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구성된 ‘스쿨 폴리스’ 등 학교에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많아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학교에서의 감성교육이나 폭력 예방교육이 지금의 형식적 수준을 넘어서서 치료책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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