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보다 절망감 커”… 교사들 교단 떠난다

“보람보다 절망감 커”… 교사들 교단 떠난다

입력 2012-01-04 00:00
수정 201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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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920명 명예퇴직 신청…작년 8월보다 55.4% 늘어나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사 이모(57·여)씨는 지난해 2월 3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명퇴)했다. 별다른 미련 없이 교단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굳이 따진다면 가르치는 보람보다 아이들을 대하며 느끼는 절망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부할 의지도 없고 태도도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매일 씨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사로서의 소명의식도 무뎌졌다고 했다. 서울 강남권의 중학교에서 24년째 근무해 온 하모(56·여) 교사는 “시간을 쪼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 가도 엇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결국 학교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명퇴서를 낸 하 교사는 퇴직 뒤 저소득 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교사 가운데 명퇴 신청자 수는 92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2명보다 25.6%, 지난해 8월 592명에 비해 55.4%나 증가했다. 명퇴 신청 교사 중에는 공립학교 교사가 691명으로 사립 교원보다 3배 정도 많다. 경기교육청에도 지난해 2월 명퇴자 수인 389명에 비해 44.7% 늘어난 563명의 교사가 명퇴를 신청했다. 특히 중등교원의 명퇴 신청은 무려 90.9% 증가했다.

명퇴를 신청한 교원들은 대체로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 등 달라진 교육 현장을 이유로 대고 있다.나름대로 연금체계가 튼실한 교사들이 퇴직을 앞당겨 신청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에 대해 일선 현장의 교사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옹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사를 존경하는 풍토가 사라지고 학생 지도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회의를 갖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2~26일 전국 초·중·고 교원 201명을 대상으로 ‘명퇴신청 증가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인한 학생 지도의 어려움·교권 추락’이 80.6%로 가장 많았다. ‘교원평가로 인한 교직사회 분위기 변화’는 12.9%였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한모(44·여)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이 인권을 내세우며 정당한 체벌이나 꾸중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난감할 때가 적잖다.”고 말했다.

명퇴 신청이 급증하자 해당 교육청들도 곤혹스럽다. 명예퇴직금 예산이 부족해 선별적으로 명퇴를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른바 ‘명퇴 경쟁’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명예퇴직금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280억원 수준으로 전체 신청자의 절반가량에 대해서만 명퇴신청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보다 42.8% 늘린 45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100명가량의 신청을 반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젊은 예비 교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명퇴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고 싶지만 현재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해 정부의 특별교부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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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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