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에게 “벗었으면 1등했을텐데”

간호사들에게 “벗었으면 1등했을텐데”

입력 2012-01-13 00:00
수정 2012-01-13 09: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대병원 부서 송년회 장기자랑 심사…참석자들 반발병원은 “문제될 만한 발언 전혀 없었다”

병원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한 젊은 의사, 간호사들에게 한 교수가 “선정성이 유일한 심사기준”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한 부서의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직원 등 약 200명은 지난달 23일 저녁 종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송년 모임을 했다.

송년회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7개팀이 참가하는 장기자랑 순서가 마련됐다.

전공의로 구성된 한 팀은 파란 수술복을 입고 걸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Roly-Poly)’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간호사들로 구성된 다른 팀은 정장 차림으로 댄스, 개그 등을 선보였다.

7개팀 중 1등을 한 팀에게는 30만원, 2등에겐 25만원, 3등에겐 2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었다.

복수의 참가자들은 장기자랑이 끝나고 심사위원으로 나선 한 교수가 심사 기준을 설명하며 “오로지 하나의 기준은 선정성”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옷을 하나씩 벗었으면 1등 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탈락했다’ ‘개그도 재미있긴 했지만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춘 그 팀이 1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사적인 대화 내용을 포함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확인 결과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공개적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년회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 A씨는 “웃고 즐기자는 차원에서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야한 공연을 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런 거 해주면 분위기도 살고 좋지’라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다 했다’며 부추기거나 방관하는 선배 간호사들의 태도도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엔 8일로 예정돼 있던 ‘OR(Operating Room) 파티’란 이름의 서울대병원 수술장 송년회가 논란을 빚었다.

당시 병원 노동조합은 간호사의 제보를 토대로 ‘평간호사를 동원해 연말에 파티하려는 수술장 송년회를 당장 중단하라’는 벽보를 병원에 붙였고, 문제가 커지자 병원장 지시로 투표를 거친 끝에 결국 송년회가 취소됐었다.

서울대병원 구성원이 참여하는 이 같은 송년파티는 20여개에 달하며 지난해엔 수술장 등 2개 부서 모임을 제외하고 모두 예정대로 열렸다.

한 관계자는 “모든 부서의 송년회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설사 그렇게 진행됐다고 해도 병원 분위기상 위에서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병원 구성원은 “병원에서 교수들은 전권을 휘두르며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이번 일은 이런 병원 특유의 분위기에 남자 중심의 문화까지 더해져 생긴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지회 관계자는 “OR파티의 문제점이 거론된 시점에 교수가 정말 그런 발언을 했다면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며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