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임명되는 영림중 박수찬 교장 “교사 어려움 이해ㆍ소통 제일 강점”
“임용제청 거부로 고생은 했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내부형 교장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지난해 내부형 공모를 거쳐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후보로 선출된 박수찬(56) 교사가 실제 교장으로 임명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렸다. 박 교사는 서울 중고교에서는 첫 평교사 출신 교장이자 전교조 출신 교장이다.
박 교사는 작년 1월 내부형 교장 공모에 지원해 영림중 교장 후보가 됐지만 작년 2월 말과 7월 말 각각 절차상의 문제, 민주노동당 불법후원금 사건으로 두 차례 교과부로부터 임용제청이 거부됐다.
그러나 민노당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된 그가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아 결격 사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교과부는 최근 그를 임기 4년의 교장으로 정식 발령냈다.
박 교사는 15일 “지난 금요일 처음 교장 임명 소식을 들었고 교육청에서 16일 오전에 임명장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우여곡절이 많았고 늦은 감이 있지만 교장으로 부임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소 당시에도 문제 될 게 없어 언젠가 임용될 것이라 생각했고 오히려 교장 수업을 열심히 잘 받을 수 있었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영림중은 지난해 3월부터 교장직이 공백 상태였고 교감이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학교 운영 파행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와 항의가 끊이질 않았지만 계속 교장 임용제청이 거부되자 교과부와 곽노현 서울교육감 간의 갈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영림중 교사와 학부모들은 7월 말부터 최근까지 교과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왔다.
박 교사는 “단위 학교가 교장을 선출해서 학교 자치를 실현하려고 할 때 교과부가 좀 더 개방적이고 지원하는 체제여야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며 “교과부가 내부형 교장을 확대하는 등 교장제도를 다양하게 열어서 많은 학교에 개성과 변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민노당 후원금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 같아 억울한 면도 있다”며 “전교조 출신이 교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면 때문에 교과부가 나에 대해 두 번이나 임용 제청 거부한 결과가 와서 그런 점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혁신학교인 한울중에서 수년째 생활지도부장을 맡았던 박 교사는 16일 오전 교육청에서 교장 임명장을 받으면 곧바로 영림중에 첫 출근할 계획이다.
박 교사는 평교사 출신 교장으로서 가장 큰 강점을 묻자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소통할 자신이 있다”며 “내부형 교장으로 선출된 만큼 다른 임용제의 교장보다 더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근무하는 학교가 혁신학교 2년차에 들어서는데 더 참여를 못하고 떠나서 아쉽다”며 “영림중도 혁신학교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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