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ㆍ사고 선박 선사ㆍ정유사 모두 비슷한 의견
15일 인천 자월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류운반선 폭발 사고는 유증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이 사고를 수사 중인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은 “선내 빈 기름탱크에 남아있던 유증기가 스파크 등 화기에 닿으면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해경 관계자는 “기름을 하역한 뒤에도 기름탱크 안에 유증기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화기가 닿았을 경우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내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선장과 기관장이 생존해 있으니 이들을 조사하면 원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재유가 없는 상태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을 보면 강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빈 정화조에 들어간 인부들이 유해가스에 질식사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지만 가스의 압력이 커질 경우 질식을 넘어 폭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선박 선사와 정유업체 관계자들 역시 유증기에 의한 폭발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선박 선사인 부산 소재 두라해운㈜ 관계자는 “두라3호가 유류탱크 안에 남아 있는 가스(유증기)를 빼는 ‘가스 프리’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며 “두라3호는 평소에 경유를 운반하는데 이번에는 휘발유를 운반했으며 이것이 폭발사고와 관계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의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유류운반선에서는 통상 싣고 있던 기름을 하역을 한 뒤 깨끗하게 비우는 ‘클리닝’ 작업을 하는데 다음 일정에 따라 운항 중 이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빈 기름탱크 내 유증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클리닝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추정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이날 오전 6시30분 인천시 중구 항동 남항 부두를 출항한 지 1시간30여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반쯤 침수된 상태이다.
이 선박은 충남 대산항에서 선적한 휘발유 6천500t을 인천 남항 인근 저유소에 하역한 뒤 대산항으로 되돌아가던 중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적재유 하역을 마친 뒤 연료유 120t을 싣고 있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빈 배였는데 배가 두 동강 날 정도로 큰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해경은 사고 현장에 과학수사요원을 보내 사진 촬영과 함께 증거품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는 한편 생존 선원들이 오늘 중 입항하는 대로 목격담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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