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관계자 증언…함께 받은 명함 ‘물증’제시김효재 前보좌관 K씨 “돈봉투 아는바 없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인물이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보좌관이라는 증언이 나왔다.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 A씨는 9일 연합뉴스에 “2008년 전당대회 직전 7월쯤인가 오후시간대에 의원회관에 앉아 있었는데 당시 김효재 의원의 보좌관 ○○○(이하 K씨)가 들어와 돈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갔다”고 밝혔다.
A씨는 “K보좌관이 주고 간 노란색 서류봉투를 받아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부분을 떼고 열어보니 그안에 백봉투 하나가 들어있었다. 백봉투 안에는 세 묶음으로 된 300만원이 들어있었고 ‘박희태’라고 쓰인 명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돈 봉투를 받을 당시 K씨로부터 함께 받은 명함을 물증으로 제시했다.
A씨는 K씨의 명함 이름 옆에 작은 글씨로 ‘박희태 돈’이라고 적어뒀다고 말했다. A씨는 이 명함을 연합뉴스에 제공했다.
A씨는 평소 모르는 사람 명함을 받으면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박희태 캠프에서 돈을 받을 때 만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메모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K씨가 의원실로 찾아왔을 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이 한 명 더 있었으며, 의원실에서 흔히 쓰는 카트 위에 대형마트에서 쓰는 비닐쇼핑백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 노란 서류봉투가 여러 개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당시 K씨가 의원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누구세요?’라고 묻길래 신분을 밝히자 ‘친전(親展)입니다’라며 노란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고 말했다.
A씨는 K씨의 요구로 자신의 명함을 줬고 그로부터도 명함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는 18대 국회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의원실 관계자끼리로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스스럼없이 명함을 주고받은 뒤 메모해둔 채로 명함첩에 끼워뒀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서류봉투를 만져보니 아래쪽이 두툼해 돈이 들어있는 것 같아 봉투를 열어봤다고 설명했다. 돈이 든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다시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자신이 모시는 의원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고 전했다.
A씨는 K씨와 함께 있던 직원이 카트에 서류봉투를 몇 개나 싣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른 의원실에도 같은 봉투를 전달하는 줄 알고 문제의 봉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A씨가 지목한 K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당시 나는 캠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의원회관에만 있었다. 돈 봉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나를 음해하려는 의도로 누군가 악의적인 제보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수사 초기 전당대회 직전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한 인물을 특정하기 위해 돈 봉투를 직접 받은 고승덕 의원의 전 비서 이모씨에게 보여준 사진 중에 K씨의 사진도 보여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