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에 푄현상까지 가세 ‘폭염 절정’

고기압에 푄현상까지 가세 ‘폭염 절정’

입력 2012-08-01 00:00
수정 2012-08-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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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담레이’ 고기압 밀어 동풍 세져

1일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 호남지역의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영남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던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제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휘감게 된 것은 제10호 태풍 ‘담레이(DAMREY)’가 기압계를 다소 뒤흔들어 고기압의 영향에 ‘푄 현상’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우리나라에 폭염을 일으킨 것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 고기압 자체였다.

일본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전역을 안정적으로 뒤덮은 탓에 큰 기온 변화 없이 무더운 날씨가 열흘 넘게 이어졌다.

영남의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 형태의 지형 탓이지 이 지역의 공기가 특별히 더웠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발생한 태풍 ‘담레이’가 우리나라에 접근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교적 고위도인 도쿄 남동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담레이’는 나흘 동안 계속 서쪽으로만 움직여왔다.

북쪽으로 이동하려 하는 태풍의 ‘본성’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절정의 세력을 과시하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레이’는 강풍 반경 250㎞의 소형 태풍이다. 그러나 현재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34m로 강도 면에서는 ‘강한’ 태풍으로 성장했다.

’담레이’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아래에서 계속 밀치면서 우리나라에 동풍을 잘 일으키는 ‘북고남저’형의 기압 배치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담레이’가 고기압을 밀어올릴수록 고기압과 저기압의 중심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기압경도력, 즉 바람을 일으키는 힘도 커져 동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을 수준이 됐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 온도가 크게 올라가는 ‘푄 현상’이 발생한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강원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높새바람’이 한 예다.

푄 현상이 발생하면 바람이 건조해지는 게 보통이지만 현재 서쪽 지방은 전날과 큰 차이 없이 습한 상태다. 우리나라를 뒤덮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워낙 습해 습도가 낮아지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오후 2시 현재 전주 37.0도를 최고로 대전 35.7도, 광주 35.3도, 대구 35.2도, 서울 34.0도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의 수은주가 35도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산맥을 넘기 전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는 동해안 지방의 기온은 하루만에 평년 수준인 27∼30도로 뚝 떨어졌다.

기상청은 태풍 ‘담레이’가 서해남부 먼바다를 통해 중국에 상륙할 2일까지는 이날과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생 초기 폭염을 잠시나마 식혀줄 ‘효자 태풍’이 될 거라는 기대를 모았던 ‘담레이’는 오히려 불볕더위에 기름을 부은 ‘얄미운 태풍’이 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기압계를 더 바꿔놓을 수도 있다”며 “모레 이후의 더위에 대해서는 태풍이 완전히 빠져나간 뒤의 상황을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일 동해안 지방은 동풍의 영향으로, 남해안과 제주도는 태풍 ‘담레이’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서쪽 지방에는 최고기온 35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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