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입력 2012-08-10 00:00
수정 2012-08-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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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일대 직접 둘러보니… 녹차가루 뿌려 놓은 듯

경찰 순찰보트가 짙은 초록빛의 한강 수면을 양옆으로 가르며 9일 오후 2시 광나루 치안센터 앞 선착장을 출발했다. 상류 쪽인 암사동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섭씨 35도의 폭염을 그대로 머리에 맞으며 녹색, 아니 쑥색의 강물에서 뿜어나오는 비릿한 물냄새를 맡으니 몇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교 부근에서 녹색으로 변한 강물 위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교 부근에서 녹색으로 변한 강물 위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헬기에서 녹차 가루를 살포하면 이럴까, 데워진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내면 이럴까. 암사대교 건설 현장을 지나 강동대교에 이르기까지 가도 가도 한강은 녹색 천지였다. 맑은 물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바람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출발했던 쪽으로 뱃머리를 되돌렸다.

정수 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 물이 우리의 식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덜덜거리는 순찰 보트의 진동 때문에 생긴 멀미 기운과 섞여 욕지기가 치민다.

광진교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한 60대 여성이 “녹조가 심하다더니 정말 강물이 완전히 녹색이네. 더위 피하려고 나왔는데 저걸 보니 더 덥네.”라고 했다. 수상스키 마니아들도 대폭 줄었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평소 한강물도 원래 녹색빛을 띠긴 하지만 이렇게 진한 청록색은 처음”이라고 했다.

녹조는 둔치 쪽이 훨씬 심했다. 하수관과 연결된 곳들은 이끼가 낀 것처럼 녹색 식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하수구 주변에는 죽어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경찰 보트에서 내려 잠실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수대교를 지나 한남대교 부근까지 이동하는 코스. 아래로 갈수록 상황이 상류 쪽보다 심각하다. 한강의 W자 형태로 굽이진 굴곡에 해당하는 성수대교 일대는 어느 곳보다 심하게 녹조로 오염돼 있었다. 20여㎞를 배로 도는 동안 멀쩡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포대교, 여의도, 성산대교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녹조가 점점 짙어지더니 오늘 최고조에 이른 것 같다.”면서 “강물에 맞닿은 구조대 건물 외벽에 녹조가 묻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4년 만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대로라면 조류경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이해원 수질팀장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신진호·이영준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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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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