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 역대 5위 강풍…북한 관통(

‘볼라벤’ 역대 5위 강풍…북한 관통(

입력 2012-08-29 00:00
수정 2012-08-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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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의 위치, 서울의 풍속 기록 등 각종 수치를 업데이트. 태풍특보 상황 추가.>>평양 근처서 북상…중부 내일 새벽까지 계속 영향권완도에 초속 51.8m 등 서해안 곳곳 풍속 기록 경신제주산간 최고 700㎜ 폭우…중부ㆍ내륙 ‘마른 태풍’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제주도와 서해안 지방에 기록적인 강풍을 몰아치고 북한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볼라벤은 역대 우리나라를 찾은 태풍 가운데 다섯 번째로 바람이 강했다.

서해안과 나란히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바람 세기 기록을 경신했다. 산간지역에는 최고 700㎜가 넘는 폭우를 쏟았다.

볼라벤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루사(RUSA)’나 ‘매미(MAEMI)’만큼 바람이 거셌다. 그러나 상륙하지 않고 곧장 북진한 덕택에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볼라벤, 어디까지 갔나 =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볼라벤은 전날 오후 4시께 북한 황해도 강령군 장수리 해안에 상륙했다.

전날 오후 9시 현재 평양 남서쪽 30㎞ 부근 육상에서 시속 30㎞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에 강풍반경 280㎞다. 세력이 다소 약해졌고 규모도 크게 줄었지만 중심 부근에서는 여전히 초속 30m의 강풍이 불고 있다.

볼라벤은 곧 방향을 다소 동쪽으로 틀어 북한을 관통한 뒤 29일 오전 만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후에는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돼 태풍으로서 일생을 마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을 벗어나기 전까지 최대풍속 초속 30m가 넘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여 북한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태풍의 중심이 우리나라에서 멀어지면서 전국에 내려진 태풍특보는 대부분 강풍ㆍ풍랑주의보로 대체되거나 해제됐다. 서해5도와 서해중부 전해상에는 태풍경보가 계속 발효중이다.

수도권 지역은 여전히 초속 1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부는 영향권에 들어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에서 벗어나도 공기가 움직이며 빈자리를 채워야 해 중부지방에는 오늘 새벽까지 강한 바람이 계속 불고 비가 산발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 얼마나 강했나 = 이날 0시까지 관측된 지역별 순간 최대풍속을 보면 완도가 초속 51.8m로 바람이 가장 거셌다.

이는 2003년 ‘매미’와 2000년 ‘프라피룬(PRAPIROON)’, 2002년 ‘루사’, 2007년 ‘나리(NARI)’ 다음으로 센 것이다.

매미는 제주에 순간 최대풍속 60.0m의 강풍을 일으켜 역대 가장 바람이 강한 태풍으로 기록돼 있다.

진도 초속 43.6m, 흑산도 42.2m, 고산 39.9m, 군산 39.7m, 제주 37.5m, 여수 34.5m, 성산 34.2m, 장흥 33.9m 등 제주와 서ㆍ남해안 지역에서 초속 3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측정됐다.

완도ㆍ진도ㆍ장흥을 비롯해 천안(24.6m), 부여(23.0m) 등도 순간 최대풍속이 각 지점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광주 무등봉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는 초속 59.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잡혔다.

종로구를 기준으로 한 서울은 전날 오후 10시29분 기록된 초속 24.0m가 이번 태풍으로 현재까지 가장 세게 분 바람이다.

이는 2010년 태풍 ‘곤파스(KOMPASU)’ 당시 기록된 초속 21.6m보다 조금 강한 것이다.

구로구는 초속 30.0m, 성북ㆍ중랑구는 24.6m의 순간 최대풍속을 기록해 바람이 비교적 셌다.

지역별 기압을 보면 흑산도(961.9hPa), 진도(970.5hPa), 고산(967.1hPa), 동두천(983.7hPa), 문산(983.2hPa) 등지에서 기압이 관측 이래 가장 낮게 떨어졌다.

서울은 태풍의 중심에서 가장 가까웠던 전날 오후 2시49분 관측된 983.9hPa이 가장 낮았다.

◇산간 기록적 폭우, 중부ㆍ내륙 ‘마른 태풍’ = 볼라벤은 제주와 지리산 산간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은 반면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비를 거의 뿌리지 않았다.

27∼28일 지역별 강수량을 보면 제주 윗세오름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748.0㎜의 폭우가 내렸다.

어리목 580.5㎜, 진달래밭 538.5㎜ 등 제주 산간의 강수량이 500㎜를 돌파했고 제주 평지도 305.9㎜를 기록했다.

뱀사골 281.5㎜, 성삼재 264.0㎜ 등 지리산 자락에도 200㎜ 넘는 호우가 쏟아졌다.

해남 203.5㎜, 장흥 170.0㎜, 순천 126.5㎜ 등 호남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서울에 불과 13.5㎜가 내린 것을 비롯해 인천 8.4㎜, 수원ㆍ청주 5.5㎜, 춘천 5.0㎜ 등 중부지방은 바람에 비해 빗줄기가 매우 약했다.

산간과 해안지방은 태풍이 머금은 수증기가 부딪히면서 시간당 3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반면 중부와 내륙지방은 태풍의 이동속도가 시속 40㎞ 안팎으로 워낙 빨랐던데다 상층의 찬 공기 등 호우를 뿌릴 만한 요인이 없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상층에서 다가온 찬 공기가 태풍의 수증기와 부딪칠 때 비가 많이 내린다”며 “통상 바람이 센 태풍은 비가 적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해 북상한 태풍 가운데 ‘최강’ = 볼라벤은 2000년 이후 서해상을 따라 북상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한 위력을 떨친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서해상을 경유한 태풍은 프라피룬과 곤파스, 가장 최근에 영향을 준 지난달 ‘카눈(KHANUN)’까지 모두 12개다.

이들 가운데 육상에서 관측된 최저기압은 볼라벤이 961.9hPa로 가장 낮았다.

프라피룬은 흑산도에 볼라벤보다 강한 초속 58.3m의 순간 최대풍속을 남겼지만 최저기압은 980.1hPa로 높았다.

곤파스도 최저기압 987.6hPa로 볼라벤에 비하면 위력이 떨어졌다.

볼라벤이 흑산도에서 기록한 최저기압은 역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모든 태풍 가운데 여섯 번째로 낮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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