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대권주자 태풍 피해지역 방문

반갑지 않은 대권주자 태풍 피해지역 방문

입력 2012-08-29 00:00
수정 2012-08-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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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금?” 손님맞이에 행정력·시간 낭비

“태풍 피해 신고받기에도 일손이 부족한데, ‘높으신 분’들 오신다고 자료 준비까지 해야 한다.”

29일 오전 전북도청의 한 공무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의 잇따른 방문에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공무원은 “전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피해 신고 접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어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다”면서 “아침부터 높은 양반들이 온다고 해서 태풍 업무는 제쳐놓고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공무원의 원망이 단순히 볼멘소리가 아닌 것이 이날 전북 지역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 3명이 잇따라 방문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익산의 태풍 피해지역과 전북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고, 손학규와 정세균 후보도 전주와 완주 일대의 농가를 찾았다.

경선 주자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민주당 대선후보 전북 경선’을 염두해 민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 간지 채 하루도 안 돼 아직 피해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피해 지역을 무리하게 방문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경선 주자들 이 같은 행보를 민심을 위로하기 위한 선의의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공무원들에게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부담되고, 행정력 낭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공무원은 “누구를 위한 방문인지 잘 모르겠다. 고의는 아니겠지만 무리한 방문으로 인해 복구 작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것이 진정 민심을 위한 행동인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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