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황당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인터넷방송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51ㆍ구속)씨가 공천희망자들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실제 양씨가 민주통합당 공천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검찰은 일단 양씨가 전혀 영향력이 없는데도 순전히 ‘사기성’으로 공천희망자들을 현혹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투자자들은 양씨가 (정계 사람들을) 잘 알고 활동을 해와서 능력이 있다고 믿은 걸로 보인다”면서 “실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소개해) 두 번 정도 만나기도 했고 여러 정황상 양씨가 아주 황당한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계 인맥이나 선거 홍보 사업가로서의 능력 등을 고려하면 공천희망자들이 양씨에게 돈을 건네도 좋다고 믿을 만큼 영향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판단인 셈이다.
검찰은 그런 측면에서 양씨를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에도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공천헌금 의혹’ 내지는 ‘공천관련 금품수수 의혹’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은 정치활동을 하려는 자도 포함된다. 정당 일이나 선거 입후보라면 당연하고 내심 정치활동의 의사가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씨에게 돈을 건넨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모(56ㆍ구속)씨, 세무법인 대표인 또다른 이모(57ㆍ구속)씨, 부산지역 사업가 정모(53ㆍ구속) 등은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모두 탈락한 만큼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실패한 로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양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은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이 확정된 뒤 투자금 명목의 돈 반환 문제를 놓고 양씨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의도 주변에서는 양씨가 마당발이지만 가까이해서는 안 될 위험인물이라는 말도 있고, 집착이 강해 가깝게 지내다 틀어지면 완전히 적으로 돌아선다는 등의 평판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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