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친구가 심한 모욕감… 처벌을”
지난 11일 투신 자살한 대구 K고교 1학년 이모(16)양이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가해 학생 처벌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초 이양은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경찰이 공개한 유서에서 학교 폭력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12일 공개된 유서는 A4용지 한장으로 자신을 괴롭힌 친구 1명의 실명과 함께 피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서에 따르면 이양은 성적이 떨어져 괴로웠지만 비교적 잘 버텨왔다. 그러나 같은 반 친구 A양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
A양은 이양에게 심적으로 너무 큰 고통과 모욕감, 수치심을 주었다. 몇 개월 전부터 A양은 눈만 마주치면 정색을 하고 노려봤다. 뭘 잘못한 게 있냐고 물었으나 없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계속 무시했다. 최근에는 A양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양을 비난했다. 이양은 심한 수치심을 느꼈지만 참았고 A양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A양은 이양을 계속 무시하고 정색하는 표정으로 노려봤다. 이양은 꼭 A양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A양이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 달라는 말로 유서를 마쳤다.
이 유서는 이양이 쓴 3통의 유서중 하나로 나머지 2통은 부모와 동생에게 남긴 것이다.
경찰은 유서에 등장하는 A양을 소환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이 학교 중간고사가 이번 주에 끝남에 따라 다음 주중 소환키로 했다. 또 이양의 같은 반 친구들도 불러 유서에 적힌 상황에 대해 확인할 계획이다.
이양의 아버지는 “신체적인 폭행만이 폭력이 아니다. 언어폭력도 그 이상이다. 경찰에서 철저히 조사해 폭력이 밝혀지면 법에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11일 오전 4시40분쯤 대구 동구 방촌동 모아파트 7층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2012-10-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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