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찰관 “순식간이라 제압 못 해”…경찰의 날 앞두고 ‘찬물’
‘경찰의 날’을 이틀 앞둔 19일 대낮 경찰서 한복판에서 40대 남성이 자해로 숨졌다.주말을 피해 이날 기념식을 열고 자축하며 서로 격려하던 경찰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19일 오전 11시50분께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경찰서 주차장에서 이모(44)씨가 갑자기 신문지로 감싸뒀던 흉기를 꺼내 자신의 가슴 부위를 한차례 찌르고 바닥에 쓰러졌다.
119구급대에 의해 대전 충남대학교병원에 이송된 이씨는 과다출혈로 이날 오후 5시10분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내며 만남을 가져오던 A(38·여)씨와 최근 갈등을 빚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자신과 다투다 자리를 피한 A씨를 뒤쫓아 공주경찰서까지 따라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경찰에서 ‘이씨에게 납치됐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A씨가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지목하는 것을 알아채고서 흉기를 꺼내 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관은 이씨가 흉기를 꺼내 드는 것을 보고 재빨리 제지하려 했으나 자해를 막지는 못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이를 말릴 새가 없었다고 보고받았다”며 “자세한 경위는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반인이 경찰서 한복판에서 자해로 사망하면서 출입 보안 태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주경찰서 정문에는 초소가 설치돼 있으나 의경 등 당시 근무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통상 경찰서 건물 안쪽에서는 상시 근무를 하지만 주차장 쪽 외부 출입문까지 인력 배치하기는 쉽지 않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나드는 차량의 위험물 소지 여부를 모두 검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불미스러운 사망 사고가 발생한 만큼 검문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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