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근로자 6명 소환 성과없어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의 경위와 작업자 사인을 밝히는 데 앞으로 2주가 더 소요될 전망이다.고개숙인 삼성전자 임직원들
30일 경기 화성시 동탄1동주민센터에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주민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삼성반도체 환경안전팀장 김태성(왼쪽에서 두 번째) 전무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사고로 숨진 박모씨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경기 화성시 동탄1동주민센터에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주민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삼성반도체 환경안전팀장 김태성(왼쪽에서 두 번째) 전무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사고로 숨진 박모씨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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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는 불산 누출량, 2차 피해 유무, 사후 조치, 처벌 법규 등 네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당시 CCTV 녹화 기록을 살펴봤으나 얼굴 식별이 안 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와 불산 안전관리 하청업체인 STI서비스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경찰은 앞으로 사고 당일 시간대별 상황을 추가 조사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과실 범위, 산업안전보건법 및 유해화학물관리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 규명과 STI서비스 근로자 박모(34)씨의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는 데는 1~2주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삼성이 무려 26시간 동안 불산 누출 사실을 유관기관과 현장 근로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산인권센터 등의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불산 누출 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씨의 사망은 삼성의 안일한 대처가 빚은 인재”라며 “이윤은 삼성이, 불산이라는 위험은 영세한 하청업체가 가져가는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도 등 관계 기관과 민간이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실체를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사고 현장 인근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는 등 불산 누출로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이날 저녁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러 동탄1동사무소에서 인근 주민 대표들을 상대로 주민설명회를 열도록 했다. 40여명의 주민대표들은 “삼성측 말이 자꾸 바뀌어 신뢰할 수 없다. 주민설명회에 나오면서 유인물 한 장 없고 대기업답지 않게 너무 성의가 없다. 항구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주민들이 참여하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환경안전 내부 점검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실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날 삼성사장단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전 계열사에 걸쳐 환경안전 점검을 실시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환경안전에 대한 불시 점검을 강화하고 문제가 지적될 경우에는 실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간주해 제재와 처벌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1-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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