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절도’ 놓고 14시간 참여재판 끝에 유죄

‘10만원 절도’ 놓고 14시간 참여재판 끝에 유죄

입력 2013-03-28 00:00
수정 2013-03-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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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만장일치로 판단…실형 선고

“다른 죄로 무기징역을 살라고 하면 살겠습니다. 하지만 친척 형을 때리고 돈을 빼앗은 혐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거물급 피고인들이 선처를 구하던 형사대법정에서 고작 10만9천원을 훔쳤는지 다투는 전과 11범 A(50)씨가 결백을 주장했다.

배심원 7명과 그림자 배심원 30여명이 참여한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1시15분까지 장장 1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친척 형의 돈을 훔치고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준강도)로 체포됐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난동을 부린 끝에 구속기소됐다.

A씨는 경찰서 시설과 물건을 부순 혐의와 검찰 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순순히 인정했지만, 준강도 혐의는 끝내 부인했다.

변호인은 A씨가 투병 중이던 형에게 안수기도를 하다가 종교적인 신념 차이로 다툼을 벌였고, 머리맡에 ‘노잣돈’으로 놓아둔 돈을 미신이라며 치우다가 이를 훔친 것으로 오해를 샀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경찰에 신고한 목격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측은 실물 화상기와 수십장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동원, 긴 시간 한치 양보없는 법정 공방을 벌였다.

A씨가 종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재판을 주의깊게 지켜본 배심원들은 3시간 가까운 평의 끝에 유죄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A씨가 억울해하기보다는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며 “배심원 다수 의견을 좇아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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