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지는 논문 표절] “표절에 죄의식 없으면 한국 지식사회 미래 없어”

[무뎌지는 논문 표절] “표절에 죄의식 없으면 한국 지식사회 미래 없어”

입력 2013-03-29 00:00
수정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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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익 숭실대교수 인터뷰

조규익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
조규익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
“남의 지식을 훔치는 일을 아무런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느낄 만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 지식인이 있다면 한국의 지식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연구 부정에 무감각한 국내 지식사회의 부조리함을 꾸준하게 비판해 온 조규익(57)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가 28일 사회 지도층과 유명인의 연이은 논문표절 스캔들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인문사회학계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학자인 조 교수는 “자신의 글과 남의 글을 구분하는 연습, 자신만의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국내 교육의 현실이 연구윤리에 완전히 무감각해진 현실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특히 한국 지식사회의 윤리 불감증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에 발탁되는 교수들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연구 부정’이 우리 지식사회의 치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초창기에는 (논문표절 등) 문제로 공직에서 낙마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짧은 기간 동안 연구윤리에 대한 우리사회의 문제의식이 무뎌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나 대학 차원의 연구윤리규정 확립, 논문 표절 적발 시스템 도입 등 대안에 대해 “본질에 미치지 못하는 ‘격화소양’(隔靴搔?)격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가죽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처럼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여섯 단어 이상이 일치하면 표절이고 그 이하면 표절이 아니라는 등 도식화된 잣대만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면서 “유치원 시절부터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글과 남의 글을 구분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지식 윤리에 관련한 것을 전혀 가르치지 않다가 대학에 와서 갑자기 글쓰기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게 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자신만의 글을 내놓을 수는 없다”면서 “학문 후속세대에게 ‘생각하고 글 쓰는 일의 윤리성’을 가장 먼저 가르치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은 그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3-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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