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옆모습만 CCTV에 찍혀도… 정면 입체영상으로 복원 가능

얼굴 옆모습만 CCTV에 찍혀도… 정면 입체영상으로 복원 가능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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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로 진화하는 ‘CCTV 첨단 기술’ 체험해 보니

신융아 기자가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영상분석실에 앉아 옆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찍고 있다.
신융아 기자가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영상분석실에 앉아 옆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찍고 있다.
분석프로그램 ‘포렌시카 GPS’를 통해 모니터 속 측면 얼굴에 100여개의 점을 찍고 아시아계 여성의 두상 그래픽을 합성하자 실제 기자 생김새와 거의 흡사한 얼굴 입체그래픽이 나왔다.
분석프로그램 ‘포렌시카 GPS’를 통해 모니터 속 측면 얼굴에 100여개의 점을 찍고 아시아계 여성의 두상 그래픽을 합성하자 실제 기자 생김새와 거의 흡사한 얼굴 입체그래픽이 나왔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 미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인 체첸공화국 출신 차르나예프 형제를 단 나흘 만에 검거했다. 폐쇄회로(CC) TV 600대의 공이 컸다. FBI는 CCTV 영상 등을 분석해 50여만명의 인파 속에서 용의자 2명을 정확히 색출해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생각하는 기계’로 진화 중인 국내 CCTV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옆모습 사진을 정면 사진으로 바꿔보니 코와 입의 모양과 크기가 실제 얼굴과 비슷하죠? 여기에 신장과 체형 같은 정보를 더하면 범인의 신체적 특징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영상분석실. 분석용 모니터에 기자의 옆모습 얼굴 사진이 나타났다. 분석실 내 실험용 CCTV에 찍힌 모습이다. 정도준 연구원은 모니터 속 측면 얼굴 위에 손으로 100여개의 점을 찍었다. 어디에 점을 찍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눈과 코, 입술의 끝 부분 등 생김새를 유추할 수 있는 지점에 찍어야 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프로그램에서 아시아계 여성의 두상 그래픽을 선택해 합성했더니 옆모습 평면 사진이 얼굴 정면 입체 그래픽으로 바뀌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FBI가 활용한 ‘포렌시카 GPS’ 기술로 우리 국과수에서도 활용하는 첨단 CCTV 영상분석 기술 중 하나다.

입체로 복원된 기자의 이목구비는 실제와 거의 같았다. 이 기술은 CCTV에 용의자의 옆모습만 찍혔거나 모자나 안경, 마스크를 쓴 모습이 포착됐을 때 활용된다. 수사기관은 복원된 입체영상을 토대로 용의선상의 범위를 크게 좁힐 수 있다.

안면인식 CCTV 기술도 이미 우리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다. CCTV 속 용의자가 경찰 등이 확보한 사진 데이터베이스(DB) 속 인물과 같은 사람인지 가리는 것이다. 자신과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스마트폰앱이 이 기술을 빌려온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눈과 눈썹, 코, 입 등 이목구비로부터 14개의 특징과 얼굴 윤곽의 곡선 등을 파악한 다음 DB에서 비슷한 값을 찾아낸다. 기자도 증명사진을 수백 장의 다른 얼굴 사진이 들어 있는 국과수 DB에 저장하고서 CCTV 앞에 다가가자 컴퓨터 프로그램이 DB 속에서 기자의 사진을 꺼내놓으며 동일인으로 지목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현재 국내 CCTV 분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고속 주행 차량의 번호판을 판독하는 국내 기술은 정확도가 98%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에서 차를 타고 다니며 쇠구슬을 무차별 발사한 피의자도 이 기술을 활용해 검거했다. 동일 인물 인식률과 차종 인식률도 각각 75%와 80%에 이른다.

정 연구원은 “이미 얼굴 인식 등에서 획기적인 분석 기술이 개발은 돼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있어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권보호과 첨단기술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찾는 것이 과학수사에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05-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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