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30만원 임금에 수시로 뽑아놓고… 정규직 전환 직전 80% ‘용도 폐기’
롯데호텔이 고학력 인턴사원을 낮은 임금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 의무 전환기한 2년이 도래하기 직전 대부분 용도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우려됐던 일이 현실화된 것으로 관련 법 보완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5일 국내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은 해마다 10~30명의 계약직 인턴사원을 채용하고 있으나 정규직 의무 전환기한 2년이 도래하기 직전, 약 80%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대명그룹이 호텔·콘도·리조트에서 근무하는 인턴사원 전체를 채용 6~12개월 안에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워커힐호텔은 전체 계약직 사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70~8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인턴사원을 채용한 37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9.1%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호텔 전·현직 관계자는 “롯데호텔 서울은 올해 인턴사원을 7차례나 채용하는 등 수시로 계약직 사원을 뽑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2년이 되기 직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심사에서 떨어져 계약종료되는 운명을 맞는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호텔 서울에서 계약 해지된 A씨(여)는 “월 130만원 정도의 저임금을 받고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는 수용하기 어려웠다”면서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최소 인원만 채용해서 내쫓기는 사람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1년 8~9개월 일하다가 내쫓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작 내쫓길 줄 알았다면 지원도 안 했을 것이고, 다른 직장이라도 미리 알아봤을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 측은 “서울과 잠실점에서만 탈락률이 높은데, 이는 롯데의 경우 다른 호텔들과 달리 이직률이 적고 영어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율이 롯데호텔 김포는 90%, 롯데호텔 마포는 50%에 이르는 등 롯데호텔 전체적으로는 탈락률이 적다”고 뒤늦게 밝혔다.
이와 관련, 노동계 한 인사는 “롯데그룹은 일본식의 철저한 종속적 노사관계 문화를 갖고 있어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그룹보다 높다”면서 “이러한 상생에 반하는 기업들의 비정상적인 고용행태는 바로잡아야 하며, 정부 차원의 특별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대기업이 일자리를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전근대적인 고용행태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국회도 기업이 인턴사원 채용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기간제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5-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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