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공사 8개월 만에 재개…곳곳서 대치·충돌

밀양 송전탑공사 8개월 만에 재개…곳곳서 대치·충돌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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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20일 경남 밀양지역 765kV 고압 송전탑 공사를 전격 재개한 가운데 곳곳에서 반대하는 주민과 대치와 충돌이 빚어졌다.

한전은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선로를 연말까지 완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전력부족 사태가 벌어진다며 지난해 9월 중단한 공사를 8개월 만에 재개했다.

◇ 주민 저지로 6곳 중 3곳 공사 못해

한전은 이날 오전 6시 밀양시 부북·단장·상동·산외 등 4개 면에 들어설 52기 송전탑 공사를 위해 부북면 위양리, 단장면 고례리, 상동면 도곡리와 옥산리 등 6곳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오후 5시 현재까지 그 가운데 3곳은 농기계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몸으로 막아선 주민들의 저지 때문에 공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나머지 현장에서는 한전은 무전기, 휴대전화 등으로 반대 주민의 움직임과 상황을 살피고 송전탑 현장을 오가며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사를 했다.

한전은 주민과의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질서유지단 195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질서유지단은 구급차, 의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곳곳에서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저지하려는 주민들 사이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7번 송전탑 공사장 입구 농성장에서는 주민 60여 명이 경운기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 좌우에 선 나무와 나무를 밧줄로 연결해 공사 인력 진입을 막았다.

특히 주민들은 한전의 공사 강행 때 목을 매겠다며 농성장 주변 나무 4그루에 둥근 모양의 밧줄을 매달아 긴장감을 더했다.

단장면 고례리 8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도 한전과 반대 주민이 격렬하게 대치했다.

고령의 마을 주민 30여 명은 자재를 실은 굴착기 진입을 막으려고 야산 길바닥에 드러눕거나 차량 아래에 몸을 눕혔다.

상동면 도곡리 109번 송전탑 현장에는 주민 70여 명이 부지로 진입해 공사를 막았다.

옥산리 124번 송전탑 현장에도 주민 50여 명이 현장 부지와 경찰 저지선 등에서 공사 차량과 인력의 진입을 못하게 했다.

◇ 대치 과정서 충돌 발생…주민 3명 병원행

양측의 대치 과정에서 주민 3명이 실신하거나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0시께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7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이모(82) 할머니 등 2명이 현장 입구를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하다가 알몸 시위를 벌였다.

이 할머니는 실신해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10시 50분께 상동면 도곡리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는 한전 측 인력과 대치하던 이모(80) 할머니와 서모(83) 할아버지가 타박상을 입고 탈진 증세를 보여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할머니(80)는 대치 과정에서 한전 측 인력에 의해 다리를 밟혀 깁스했다.

서 할아버지도 한전 직원과 경찰 등의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넘어진 사람들 아래에 깔려 허리쪽 통증을 호소했다.

◇ “지중화가 유일한 대안” vs “현실적으로 불가능”

765kV 송전탑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송전선로는 부산 기장군, 울산시 울주군, 경남 양산시와 창녕군 등 5개 시·군을 지나는 90.5㎞에 걸쳐 있다.

송전탑은 모두 161기가 설치된다.

그 가운데 67.7%인 109기는 이미 공사가 끝났다.

밀양지역에 들어설 52기(32.3%)는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송전탑은 밀양시 단장면 21기, 상동면 17기, 부북면 7기, 산외면 7기다.

반대 주민들은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지만 한전은 기술과 비용 등 문제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영남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연내에 송전선로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까지 송전선로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체 발전을 해야 해 하루에 47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한전은 예상했다.

반면에 이계삼 밀양 765㎸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실신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당장 한전은 공사 재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송전탑 현장에 여경 등을 포함해 7개 중대 52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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