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 넣으면 상준다?” 서울 학교 ‘억지’인성교육

”추임새 넣으면 상준다?” 서울 학교 ‘억지’인성교육

입력 2013-06-03 00:00
수정 2013-06-0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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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도 ‘구시대식’ 빈병줍기·폐건전지 모으기 추진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일명 ‘정(정직)·약(약속)·용(용서) 프로젝트’를 내걸고 인성교육을 강조하자 일선 학교에서는 취지에 맞추기 위한 억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인성교육의 개념이 모호하고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빈병 줍기, 폐건전지 모으기 등 ‘구시대적 발상’을 못 벗어나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3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정약용 프로젝트의 하나로 매달 좋은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행동’을 지정하고 반별로 이를 잘 지킨 남녀 학생 1명씩 뽑아 ‘월별 품격 어린이상’을 준다.

문제는 내용이 ‘질서 잘 지키기’, ‘친구 칭찬하기’, ‘쓰레기 줍기’ 등으로 너무 단순하고 기초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달에는 ‘추임새 하기’를 모범 행동으로 정하고 대화하거나 선생님 말을 들을 때 긍정적인 추임새를 넣는 학생에게 시상하기로 해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마저 ‘민망하다’는 평을 내놓는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대체 추임새를 잘 넣는 것과 인성교육이 무슨 연관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아이나 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손발이 오글거린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 억지에 가까운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서울교육청이 시내 초·중·고에 정약용 프로젝트에 맞춰 학교별 미션을 수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학교별 미션의 예시로는 초등학생의 경우 폐건전지 모으기, 우유팩 재활용하기, 동전모아 불우이웃 돕기, 빈병 줍기 등을 제시했다.

깊이 있는 인성교육을 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성과에 더 치중한데다 그 내용도 구시대적 발상을 못 벗어나고 있다.

폐휴지나 빈병 모으기는 1990년대 후반까지 학교 차원에서 시행되다 2000년대 쓰레기 재활용이 보편화하면서 사라졌는데 10년 만에 ‘부활’했다.

서울교육청이 유아 인성교육을 위해 일선 유치원에 배포한 걸개그림도 마찬가지다.

이 걸개그림은 각 테마에 맞춰 정직은 ‘피노키오’, 약속은 ‘사자와 여우’, 용서는 ‘장발장’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요즘 어린이의 취향과 눈높이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지난달 6∼11일 시내 초·중·고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무작위 전화 설문조사에서 50%가 가장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문 교육감의 정책으로 정약용 프로젝트와 나라사랑 교육을 꼽았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는 ‘유신시대 교육이 부활한 것 같다’는 말이 돈다”며 “인성교육의 취지는 좋지만 옛날 사고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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