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에 역풍?… 여가부에 증오 쏟아내는 남성들

女風에 역풍?… 여가부에 증오 쏟아내는 남성들

입력 2013-08-07 00:00
업데이트 2013-08-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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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 성재기씨 추모 촉발

지난달 26일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 이후 여성가족부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무분별한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은 사회 전반의 여풍(女風)에 반대하는 ‘반(反)여성주의’의 확산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남성의 사회적 박탈감이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여가부에 대한 맹목적 증오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에 대한 비난은 네이버 등 각종 포털의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오는 10일 서울 종로구 여가부 청사 앞에서 부처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서명 운동에는 6일 현재 9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했으며, 각종 블로그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성재기 헌정만화’에서 여가부는 남성들을 억압하는 거대한 팔뚝으로 묘사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윤선 여가부 장관을 사칭한 한 네티즌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성 범죄자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여성전용 인도를 만들고 남자가 들어오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가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 폐지론자들은 여가부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며 여성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여성에게 속물근성과 빈대근성이 있다며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30대의 한 남성 정치학 박사는 “군 가산점 반대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규정한 아동청소년 보호법 등 여가부가 여태까지 주도한 정책들을 고려하면 심정적으로 동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존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 속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일부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불만이 여가부에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 세계 성 격차 지수(GGI)’에서 한국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전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여전히 하위권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기존에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던 인식이 경쟁의식으로 바뀌고 남녀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운동이 남성을 적대시한다는 오해가 증오의 발단이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서 여성계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08-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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