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짜리 남산 산책로 4년만에 ‘누더기’

15억짜리 남산 산책로 4년만에 ‘누더기’

입력 2013-08-21 00:00
수정 2013-08-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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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못미친 저질 우레탄 포장… 도로·인도경계 모호 훼손 심각

서울시의 대표적 도심 휴식처인 남산공원 산책길이 바닥에 깐 탄성포장재(우레탄)가 곳곳에서 뜯기고 갈라지면서 ‘누더기 산책로’를 방불케 하고 있다. 2009년 우레탄 산책로를 조성할 당시 친환경과 거리가 먼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이 4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현재 통화품질 개선을 명목으로 이를 전부 걷어내고 케이블 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1월 15억원을 들여 남산순환로 남쪽에 길이 3.2㎞ 폭 2.1m의 우레탄 산책로를 완공했다.

위험천만 산책로
위험천만 산책로 서울 남산공원 순환로를 산책하는 시민들이 20일 뜯기고 갈라진 우레탄 길을 피해 걷고 있다.
서울신문이 20일 남산공원 산책로를 확인한 결과 서울 남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남쪽 전망대 순환로 곳곳에서 우레탄이 갈라지고 뜯겨 시커먼 아스팔트 노면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순환로의 시작 지점인 남산도서관부터 오르막길 500m 구간은 아예 우레탄을 걷어내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아스팔트 도로도 곳곳이 갈라지고 아스팔트가 벗겨져 하얀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내는 등 훼손 정도가 심각했다.

오랜만에 남산 산책길을 찾았다는 이모(34·대학원생)씨는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끄러울 지경”이라면서 “몇 해 전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비하면 사후 관리가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순환로 정비공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자전거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레탄 훼손은 지나가는 버스가 종종 우레탄이 깔린 인도를 침범해 지나가기 때문”이라면서 “도로와 인도 사이에 턱이 높은 경계석을 설치해 이를 방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우레탄을 걷어내는 공사에 대해서는 “남산에서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와 한국전파기지국이 10억원을 들여 통화 품질 개선을 위한 케이블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 소관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전파기지국 관계자는 “2009년부터 통화 품질이 좋지 않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산공원 운영을 맡은 서울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지난해 6월 700만원을 들여 우레탄 보수 공사를 실시하기도 해 자체적으로 산책로 부실의 심각성을 인지해 왔음이 드러났다.

서울시가 친환경 산책로를 조성하는 데 우레탄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43억원을 들여 놀이터와 공원 산책로 등에 828건의 우레탄 포장 공사를 해왔다. 하지만 서울시 감사실은 지난해 9월 자체 감사를 통해 2011년 이후 시행한 공사 현장 144곳 가운데 96.5%인 139곳에 사용된 우레탄이 품질 기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안건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친환경 산책길을 만들면서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공소재인 우레탄으로 포장할 이유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기 좋아 성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점을 노린 전시성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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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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