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관 후보 제청, ‘변화보다 안정’ 선택

새 대법관 후보 제청, ‘변화보다 안정’ 선택

입력 2014-01-25 00:00
수정 2014-01-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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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구성 다양화’ 충족에는 한계’검찰 몫 관례’ 이번에도 배제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3월 초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희대 대구지방법원장을 낙점,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박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해 청문회를 거치는 임명 절차를 밟게 된다.

대법원에는 양 대법원장 외에 현재 12명의 대법관이 있다.

한달 여 뒤에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차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재판과 사법행정 업무에 두루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가 된 조 법원장은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대신 재판 업무로 경력을 채웠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그러면서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 법원 내에서 주목받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출신 지역상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대표적인 ‘TK(대구·경북)’ 출신 법관이며 차 대법관의 고교 및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이 조희대 법원장을 임명 제청한 것은 사법부의 변화보다는 안정을, 특정 성향보다는 법리에 밝고 경륜이 있는 법관을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 대법원이 아직 ‘정책법원 기능’보다는 하급심의 잘잘못을 가리는 ‘권리구제형 기능’이 더 많다는 평소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는 출신 학교·지역이 약점으로, 평소 재판 경향과 개인적 성향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 출신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대법원은 이번에도 서울대를 나온 남성 법원장을 후보자로 선택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원칙론자이지만 법원 내에서 단순히 ‘보수’로 분류되지는 않으며 사안에 따라 ‘진보’ 성향도 보여주는 ‘중도형 법관’이라는 평가도 많다.

조 후보자는 장기간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가 적발돼 약식기소됐던 업자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 법정구속하고, 선거법을 위반한 교육감, 해상 폭력을 휘두른 중국 어부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등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원칙론자의 면모를 여러 번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과감하게 ‘소수 의견’에 입각한 판결을 내려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신주의자’로 통한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 환경법, 국제거래, 해상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다수의 논문과 판례 평석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의 이번 선택이 ‘사법부 구성의 다양성’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대법관 구성원 대부분이 서울대를 졸업한 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천편일률적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 외에 현재 대법관 12명은 남성 10명과 여성 2명(김소영·박보영)으로 구성돼 있다.

출신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10명이며, 비서울대 출신은 고려대를 나온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를 나온 박보영 대법관 등 2명이다.

교수 출신은 양창수 대법관이 유일하지만 양 대법관도 판사를 하다 서울대 교수로 옮겼다.

안대희 대법관 이후로 끊겼던 검찰 출신 대법관은 이번에도 배출되지 않았다.

추천위 후보 5명 중 1명으로 선정됐던 정병두 검사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 재직 당시 MBC ‘PD수첩’ 사건 기소를 밀어붙이고 ‘용산 참사’ 수사를 지휘한 점 등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검찰 입장에서는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에 이어 정 검사장까지 대법원 입성에 실패해 관례적인 ‘검찰 몫 대법관’ 배출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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