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날벼락…여수 기름피해 주민 ‘망연자실’

설에 날벼락…여수 기름피해 주민 ‘망연자실’

입력 2014-01-31 00:00
수정 2014-01-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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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기름냄새 진동, 방제 ‘안간힘’

“아침부터 지독한 기름 냄새가 나서 배를 타고 나가 보니 기름이 시커멓게 밀려들대요.”

설인 3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유출된 기름이 바람을 타고 작은 어촌마을을 시커멓게 오염시키고 있다.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지독한 기름 냄새에 하나 둘 바다를 쳐다봤다.

구토를 할 정도로 냄새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김정기(66) 어촌계장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검은 띠를 이룬 기름은 바다에 둥둥 떠 다니며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아침을 먹고 9시부턴가 냄새가 진동하고 구토를 할 것 같아 통장과 함께 바다로 나가보니 이미 기름으로 오염돼 있었다”며 “급한 마음에 마을 주민들과 배를 타고 나가 기름을 걷어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 모두 점심도 굶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방제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며 “바지락 밭 모래는 모두 오염돼 걷어 내야 하고 돌도 일일이 닦아야 하는데 얼마나 피해 규모가 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바다로 흘러나간 기름은 산발적으로 흩어졌지만, 조류를 타고 신덕마을 방파제로 모여들고 있다.

사고가 나자 마을 주민 60여명은 30여척의 배에 나눠 타고 방제 작업에 나섰다.

여수시와 사고 업체 직원을 포함해 200여명이 방파제에 흡착제를 뿌리고 기름 제거에 나섰지만, 언제 기름이 없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60가구 600여명이 사는 신덕마을은 120ha의 공동 어업구역에 톳과 미역, 바지락, 주꾸미, 문어를 양식하고 있어 기름띠가 제거되더라도 오염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마을 주민 김영임(61·여) 씨는 “한가로운 설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93년엔가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고처럼 피해가 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지었다.

김 씨는 이어 “냄새가 하도 심해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들에게 바깥 출입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흡착제를 뿌려대도 바위에 기름이 달라붙어 바다가 다 못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 작은 어촌마을은 기름 오염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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