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 北도발 대피방송 10분 만에 ‘피신’

연평도 주민들, 北도발 대피방송 10분 만에 ‘피신’

입력 2014-04-01 00:00
수정 2014-04-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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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 등은 집에 머물러”…대피소 추가건설 필요성 제기

북한의 NLL 해상사격도발 이후 하루가 지난 1일 연평도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날 낮 연평면보건지소 지하에 있는 7호 대피호에서 만난 주부 강희자(40)씨는 “어제 대피방송을 듣고 3시간 정도 이 안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화장실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23일 민간인과 군인 각 4명이 희생된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는 서해5도 일대에 장기체류형 주민대피시설 42곳을 새로 지었고, 7호 대피호 역시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파괴된 터에 세워진 것이다.

서해5도에서 오래된 대피소들은 60∼90㎥로 공간이 좁고 낡았지만, 2011년부터 새로 지은 대피소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 온풍과 난방장치, 식량 등 물품비축공간, 간이치료시설 등이 마련돼 단기간 생활하기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연평도에서 최대인 1호 대피호는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고, 화생방 공격도 견딜 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주민들이 운동하고 취미를 즐기는 시설로 사용된다.

31일에도 북한의 NLL 해상공격이 시작된 직후 오전 10시 30분 대피를 준비하라는 경보방송이 연평면사무소 2층 경보시설을 통해 섬 곳곳에 전파됐으며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대피방송이 울렸다.

일부 주민들은 대피령이 떨어지기 전인 11시30분부터 대피호로 모여들었고 대피방송 약 10분 후 대피가 완료됐다.

연평면 주민 2천200여명 중 주민 633명은 새로 지은 7개 대피호로 속속 몸을 피했다.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학교 대피소로 이동했다.

신성만 연평면장은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대피방송이 나가고 주민들이 대피를 마치기까지 시간은 10여분 정도 걸렸다”면서 “지난 2010년 피격 이후 새로 대피시설이 확충되고 주민들이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있어 순조롭게 대피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월 1∼2차례 우리 군의 포격훈련 때에도 북한의 대응 공격에 대비해 경보방송에 따라 대피호로 몸을 피한다. 일종의 훈련인 셈이다.

최성일 연평면 자치위원장은 “2010년 피격 이후 3년이 흘렀지만 포격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연평도 도발의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전날 위기 상황에서 주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피호 안에서 머물다가 대피령이 해제되고 나서 귀가해 생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노약자를 포함한 주민 상당수가 자택에 그대로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 위원장은 “북한의 도발이 해상에서 이뤄져 연평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등은 대피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시설 좋은 대피호가 주택에서 가까운 곳에 더 생기면 대피 시간을 줄이고 노약자들이 이동하기도 쉬울 것 같다”고 했다.

이재율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은 “작년 11월 점검에서 경보방송 보완 필요성을 파악하고 공사를 서둘러 지난달에 개선을 완료해 활용할 수 있었다”며 “이번 긴급점검에서도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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