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 등장한 때아닌 ‘남성 性상품화’ 논란

대학 축제에 등장한 때아닌 ‘남성 性상품화’ 논란

입력 2014-05-25 12:00
수정 2014-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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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봄 축제에 이른바 ‘몸짱’ 남학생 선발대회가 열려 때아닌 성(性)상품화 논란이 벌어졌다.

25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회와 대동제 준비위원회는 26∼29일 열리는 대동제 첫날 ‘핫가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 처음 기획된 행사로,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보디빌딩 대회다.

웃통을 벗은 근육질 남성의 상반신과 함께 ‘고대 최고의 몸짱을 찾는다’는 문구가 담긴 대회 포스터는 교내에 붙자마자 남성의 성 상품화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지난 21일 학내 커뮤니티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자 조회 수가 2천 건을 넘겼고, 관련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22일 행사의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62명 중 104명이 행사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모(사범대 08학번)씨는 “미스코리아 같은 미인대회도 사라지는 이 시대에 역행하는 행사”라며 “세월호 추모 분위기인데다 본래 취지와 상관없이 몸짱 대회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커뮤니티에 “남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격하하는 장이 될까 우려된다”며 “성적으로 더 매력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 일이 학생회 지원으로 학내에서 일어나는 것을 목도할 수 없다”고 적었다.

물론 행사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모(공과대 11학번)씨는 “행사가 주점과 연예인 공연 등 다른 행사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고 주변에도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대동제를 그대로 열기로 한 이상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여론 악화에 준비위 측은 “열심히 운동한 참가자들의 모습과 사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취지의 행사”라고 설명했다.

준비위는 대회의 이름에 포함된 ‘핫’이라는 단어 속의 성적인 의미가 논란이 되자 ‘쿨가이’ 대회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공지했으나 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아직 ‘핫가이’라는 표현이 바뀌지 않았다.

임인숙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몸과 외모로 공공연히 순위를 매기는 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외모 차별주의를 확산하는 매개”라며 “적어도 캠퍼스 안에서는 맞지 않는 행사가 아닌가”라고 밝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육체미 자랑으로 끝내지 말고 행사 취지를 잘 살린다면 문제없을 것”이라며 “운동으로 건강과 학업을 함께 지킨다는 도전정신을 관객에게 심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운 고려대 학생회장은 “포스터 외에 자세한 기획 의도를 알리지 않아 오해가 있었다”며 “취지를 잘 설명했고 의견 수렴을 해 지금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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