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확인 위해 ‘인우보증’ 요구…”생존자 없는데…현실성 없어” 불만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연세가 96살이세요. 그 연세의 동네 분들 대부분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보증인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충북 청원군에 사는 J(66)씨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강제징용됐던 선친을 신고하기 위해 최근 군청을 찾았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선친이 강제징용된 사실을 입증해 줄 ‘인우보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강제징용됐거나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연로해 이미 사망했거나 수소문해도 찾기 어려운 상황. 그런데도 인우보증을 해야 한다면 위로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일제의 핍박에 시달린 일을 가슴의 한으로 간직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최소한의 자식 된 도리조차 못한다는 자책감이 든 J씨는 당국의 ‘탁상 행정’에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이제와서 인우보증을 세우라면 과연 몇명의 후손이 선대의 강제징용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당시 사정을 아시는 분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계시는 분도 많지 않겠지만, 살아계시더라도 100세 안팎이 되는 분들이 온전하게 증언해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피해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피해 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2005∼2008년 1차 조사 때 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와 후손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강제징용이 광복 이후라 하더라도 최소 70년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J씨처럼 증거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학계가 추정한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는 104만명이지만 현재까지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희생자는 20만명이며, 이 가운데 위로금을 받고있는 유족과 희생자는 6만9천여명에 불과하다.
올해 추가 피해신고 접수자도 5월 23일까지 3천600여명에 그쳤다.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위의 한 관계자는 “후손이 없거나 신청한 뒤 자격 조건이 안돼 위로금 지급 대상이 실제보다 줄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렇지만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증거 자료가 없다면 인우보증 말고는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피해자와 함께 강제징용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와 관련된 얘기를 전해 들은 후손이 있다면 우선 인우보증인으로 세운 뒤 검증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6개월간의 실사·탐문 조사를 통해 강제징용 여부를 가리게 된다.
위로금 규모는 사망자·행방불명자 2천만원, 부상자는 300만∼2천만원이다.
일제 강제징용 당시 발생한 미수금은 남아있는 자료를 근거로 1엔을 2천원으로 환산해 지급하고, 의료지원금은 생존시까지 연 80만원을 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