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종합대책에 강력 반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인 이른바 ‘영어 유치원’의 원어민 강사 채용을 금지하겠다는 교육부의 사교육 종합대책에 대해 학원들이 소송으로 맞서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교육부는 관련 법령을 고쳐 고액의 영어 유치원을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어 유치원에서의 원어민 강사 채용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따른 위헌 요소가 다분하고, 외교적으로도 문제 소지가 있다”며 “교육부가 관련 법을 개정하면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영어 유치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전체 학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며 “영어 유치원뿐만 아니라 파고다, 시사YBM 등 대형 학원들도 소송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에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영어 유치원 290여개와 어학 학원 1만 2000여개가 가입돼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7일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영어 유치원에 대해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원비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외국어 회화 강사를 하려면 일정한 조건을 갖춰 회화강사(E2)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교육부는 E2 비자 발급에 제한을 가하기로 했다. 국내 학원들은 에이전트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 이들과 접촉해 개별 고용하고 있다.
이치선 협의회 고문 변호사는 이와 관련, “교육부의 대책은 헌법 31조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에 위반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 관한 헌법 15조도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가 과외를 금지했다가 위헌 결정이 났던 것처럼, 협의회가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조만간 학원법을 개정하고, 법무부와 협의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고쳐 E2 비자가 있더라도 영어 유치원에서의 취업은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12-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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