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숙자 5년간 노예처럼 부린 고물상에 징역 2년6월

장애인·노숙자 5년간 노예처럼 부린 고물상에 징역 2년6월

입력 2016-01-20 08:37
수정 2016-01-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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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노동착취에 더해 보험사기에도 이용

“고물상에게 5년간 감금돼 노동력을 착취당한 노예였습니다.”

뇌병변장애로 다리가 불편한 A(53)씨는 2009년 어느 날 고물상 업주 박모(57)씨를 만났다. 일정한 주거가 없던 A씨는 “숙식을 제공하고 월급을 100만원 이상 주겠다”는 박씨의 제안에 고물상에 갔다.

허름한 컨테이너에 마련된 숙소에는 이미 7명이 지내고 있었다. 모두 A씨처럼 주거가 없고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알코올 중독 증세로 판단이 흐렸다.

A씨의 악몽은 고물상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됐다.

박씨는 이들에게 매일 밤늦게까지 고물 수거와 분류 작업 등 강제 노동을 시켰다.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컨테이너에 감금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문과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방안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도 했다.

또 이들을 주먹으로 수시로 때리고 “도망가면 끝까지 쫓아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박씨가 5년간 매일 한끼 분의 쌀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재료를 주고 월급 대신 하루 담배 한 갑과 막걸리 한 병을 주는 등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심지어 이들을 보험사기에도 동원했다. 이들을 화물트럭에 태우고 운전하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이들을 병원에 입원시킨 뒤 이들의 계좌로 송금된 보험금을 가로챘던 것. 5년간 141회에 걸쳐 가로챈 보험금과 합의금만 3억 7000만원에 달했다.

박씨는 고물상에서 처리하지 못한 건축 폐기물 15t을 10회에 걸쳐 남의 땅에 몰래 버리기도 했다.

5년간 이어진 박씨의 이런 악랄한 만행은 한 보험회사 직원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너무 잦은 교통사고에 보험사기를 의심한 이 직원은 고물상에 찾아갔다가 A씨 등 8명이 비참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박씨는 2014년 9월 감금, 학대, 사기, 사기미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알코올 중독자들이어서 밤에 술을 마시러 나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도난 위험이 있어 잠금장치를 설치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박씨의 5개 혐의 가운데 감금, 사기, 사기미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4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조희찬 판사는 피고인 박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부인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잠금장치를 설치해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도록 감금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학대는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여야 한다”며 “5년간 하루 한끼분의 쌀 등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기간에 비춰보면 이해가 안돼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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