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벌금 내는 위법 건축물

웃으면서 벌금 내는 위법 건축물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6-14 01:18
수정 2016-06-1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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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年 5000만원인데 이행강제금 500만원쯤이야”

“구청에서 부과하는 이행강제금보다 임대료 수입이 10배나 많은데 어떤 땅 주인이 건물을 철거하겠어요? 위법 건축물이지만 이행강제금만 꼬박꼬박 내면 사실상 합법적으로 임대 장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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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A 변호사는 “서울에 1만건이 넘는 위법 건축물이 있는데,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이행강제금보다 높은 수입을 올리는 황당한 경우가 많이 있다”며 “불로소득을 올리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찾은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인근의 한 휴대전화 매장은 무허가 건축물을 임대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대지 면적 36㎡(10.8평)에 불과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이지만 패널로 벽체와 지붕을 만들어 26㎡(7.9평) 크기의 1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건축법상 이 지역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최소 대지 면적 85㎡(25.8평)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건축법이 건축물의 최소 면적 기준을 규정한 까닭은 건축물의 안전을 보장하고 비효율적인 토지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서초구는 관련 민원이 들어온 2000년 이후 자진 철거를 유도하려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1년에 한 번씩 530여만원을 부과한 결과 지난 16년간 거둔 이행강제금만 3219만원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소유주는 이행강제금을 꼬박꼬박 낼 뿐 철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매년 5000만원 이상의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교대역 부근 10평 규모 상가의 월 임대료는 500만원을 넘는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초구 조례에 따라 이행강제금은 연 1회만 부과할 수 있는데 오는 9월에 다시 한번 위법 건축물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 신고된 위법 건축물이 1만 4500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북한산 계곡 부근에 무허가 음식점이 많은 강북구가 1408건으로 가장 많았고, 임대료가 높고 상가가 많은 서초구(1151건)와 강남구(1080건)가 뒤를 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위법 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시행이 엄격해지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추세로 넘어가자 이런 편법 임대료 장사가 늘어났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재해로 건축물의 붕괴가 예상되는 경우, 도로 통행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위법 건축물인 경우, 공익을 심하게 저해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강제 철거를 시행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강제 철거에 나서면 인권 침해 논란과 더불어 행정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점 때문에 1998년 전후로 구청이 실시하는 강제 철거반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사유지에 있는 무허가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으로 자진 정비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적인 위법 건축물은 이행강제금을 50% 가중 부과할 수 있는 건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강제 철거보다는 이행강제금을 강화해 위법 건축물을 줄이는 게 더 선진적인 방법은 맞다”며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이행강제금 부과 기준이 같아 임대료가 높은 도심 상업지역의 위법 건축물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지역의 이행강제금을 실효성이 있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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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6-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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