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번 예쁘구나’ 창씨개명 미화작품 버젓이 수록

‘이름 한번 예쁘구나’ 창씨개명 미화작품 버젓이 수록

입력 2016-06-29 10:12
수정 2016-06-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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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시집 발간해 중고교 등에 1천500부 배포

인천시가 발간한 시선집에 창씨개명(일본식 성명 강요)을 미화하는 듯한 작품이 수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 인천을 배경으로 한 시와 인천 출신이 쓴 시 173편을 엮어 작년 12월 시선집 ‘문학산’을 발간했다.

시는 1천500부를 찍어 인천 중·고교와 공공도서관, 각 기관에 배포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시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홍모(85·여)씨의 ‘시인의 모습’이다.

작품에는 일본강점기 창씨개명으로 바꾼 일본 이름을 예쁘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창씨개명한 선생님을 아름다운 시인으로 생각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는 시구는 창씨개명을 찬양하는 느낌을 준다.

인천시는 문제의 시가 시선집에 수록된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보고 시선집을 회수·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백 편의 시를 대상으로 시선집에 수록할 작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것 같다”며 “논란을 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연합뉴스는 홍씨에게 작품 의도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진 않았다.

다음은 시인의 모습 전문.

시인(詩人)의 모습

나 초등학교 삼학년

日政때

창시 개명령이 내려

세상이 술렁거릴 때

어느 날 오후

우리 담임선생님이

창시 개명을 설명하시며

선생님도 이름을 바꾸셨다고

칠판에 靑松波氏(아오 마쓰나미요)라고 쓰셨다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

나는 詩人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인천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드는

인천 앞바다의 흰 모래 사장과

솔밭 사잇길

거기 하늘한 하얀 치마 저고리에

하얀 양산을 받쳐든 선생님을 생각하고

정말 선생님은 아름다운 詩人이구나 했다

그 후 나는

인천 월미도 앞바다와

靑松波氏란 이름을 품고

詩를 꿈꾸는 소녀가 되었고

지금도 선생님은 나의 詩人이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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