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운영자 “범행 시인, 형량 감안해달라”…골동품상 “관여한 바 없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을 만들어 판매한 일당이 법정에서 서로 엇갈린 진술을 했다.위작을 만든 화랑운영자는 범행을 모두 인정했지만, 이번 사건의 사실상 ‘총책’으로 지목된 골동품상은 범행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화랑운영자 현모(66)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현씨 변호인은 “작품 위조에 관여했고, 이 위작이 공범 등을 통해 유통될 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판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은 형량 산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씨 변호인은 검찰에서 제출한 범죄 증거목록도 대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씨에게 위작을 제안했다고 지목된 골동품상 이모(67)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범행 기획부터 실행 단계까지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현씨와는 이 사건과 무관한 고미술품만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무엇보다 이 사건의 그림 4점이 과연 위작인지 자체가 다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우환 화백과 수사기관 사이에 ‘위작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이씨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조만간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화가 이모(39)씨는 증거기록 검토를 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법정에 나온 이우환 화백 측 변호인단은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필요하면 감정 채택 의견 등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피해자(이 화백) 본인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하나, 공식적으로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돼 있다”고 답했다.
현씨 등은 2012년 2∼10월 서로 짜고 이 화백 작품 4점을 위조하고 이 화백 서명까지 넣은 뒤 화랑에 팔아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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