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소록도 한센인 마을 비극

“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소록도 한센인 마을 비극

입력 2016-08-09 14:19
수정 2016-08-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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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특성상 개인 문제로 치부돼 문제 해결 어려워…외부 개입 필요”

“외로운 한센인끼리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니 충격입니다.”

박승주 국립소록도병원생자치회장은 9일 한센인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한센인 마을이 조성된 지 100년. 한센인들의 기억 속에 이번과 같은 살인 사건은 처음이다.

사회적 편견과 불편한 몸 때문에 조용한 섬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센인들은 이번 비극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소록도에는 소록도병원에 입원한 환자 530명이 병원과 환자 거주지 마을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상태가 나쁜 환자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한센인 마을은 소록도에 7곳이 있는데 한센인은 마을에 살면서 몸이 아프면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나아지면 마을로 돌아가는 식으로 생활한다.

같은 한센인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오모(68)씨는 1960년대 소록도병원에서 퇴원하고 다른 지역 한센인 정착촌을 전전하다가 2010년 다시 소록도에 들어왔다.

오씨에 의해 살해된 천모(65)씨는 2015년, 최모(60·여)씨는 2013년 병원에 입원하고 마을에서 함께 살았다.

오씨는 소록도병원 조무원으로 일하며 다른 한센인들을 챙기는 일도 했다.

이들 모두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면서 가족과 떨어져 조용한 섬마을 소록도로 옮겨온 한센인들이다.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센인들이지만 조그만 마을에 함께 살다보니 갈등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센인 마을의 특성상 이들의 갈등은 외부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자치회를 통해 갈등이 대부분 해결되고 외부인은 이들의 드러나지 않은 ‘속살’을 좀처럼 알기 어려운 구조다.

평소 이들 사이에는 마을 주민이나 병원 종사자들도 짐작하고 있는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인 문제로 치부되며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씨는 평소 마을 주민, 병원 측과 잦은 갈등을 일으켰지만 자치회나 병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견 예견됐을 수도 있는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소록도 한센인과 병원 종사자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박승주 회장은 “그동안 주민간 문제가 발생하면 자치회가 해결에 나섰지만 개인 문제여서 개입이 어려웠고 이 때문에 갈등이 키워진 것도 사실이다”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만큼 경찰이나 군청에서 그동안 외면한 한센인 마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록도병원 관계자는 “외로운 분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이어서 서로 각별히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이런 비극이 생겨 안타깝다”며 “한센인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서 개입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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