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바지 자르고 등목 세례…‘찜통더위속 개학’ 학생들 수난

교복바지 자르고 등목 세례…‘찜통더위속 개학’ 학생들 수난

입력 2016-08-17 17:37
수정 2016-08-17 17: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에어컨 고장, 무더위 아우성인데 “AS 일주일 기다리래요” 낡은 학교건물·넓은 체육관 냉방 역부족…전기료 걱정까지

경기도 수원의 A고등학교는 지난주 개학하자마자 쏟아진 학생들의 하소연에 홍역을 치렀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40분까지 26도에 맞춰 모든 교실 에어컨을 가동했는데도, 몇몇 반 학생들이 덥다고 아우성이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니 2∼3학년 4개 교실 에어컨이 고장 나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곧바로 업체에 연락해 수리를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1주일 기다리세요”였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업체 측도 연일 이어진 폭염 속에 수리 신고가 폭증하면서 학생들을 ‘특별취급’ 해줄 여력이 없었다.

1주일 만에 수리 기사가 학교를 방문했지만, 그 사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은 찜통교실 속에서 하루 7교시 수업을 버텨야 했다.

지난 16일 개학한 수원의 또 다른 고등학교도 1∼3학년 9개 교실 에어컨이 갑자기 고장 나버렸다.

시원한 바람이 전혀 나오지 않아 오전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이 찜질방과도 같은 교실에서 부채질만 해야 했다.

쉬는 시간에는 수돗가로 나가 웃통을 벗고 등목까지 했다.

학교 측은 에어컨이 수리될 때까지 에어컨이 있는 특별실로 이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름방학이 짧아지면서 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중순인 17일부터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2학기 학사일정이 시작되면서 ‘찜통교실’ 속 학생들의 수난도 가중되고 있다.

노후 에어컨들이 개학과 동시에 고장이 나는가 하면 오래된 학교 건물에서 아무리 에어컨을 ‘쌩쌩’ 틀어도 교실 온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에어컨을 보유한 학교라고 사정이 크게 나은 건 아니다.

전기료 때문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켤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개학한 울산의 한 중학교는 시간대별로 1층과 3층, 2층과 4층 교실을 번갈아 가며 에어컨을 켠다.

이 학교 교장은 “보통 월 380만∼400만 원가량 전기료가 나오는데 에어컨을 계속 켜면 최소 60만∼70만 원은 더 나올 것 같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조기 개학한 부산의 한 사립고교도 에어컨을 온종일 틀어놓지 못한다.

학교가 동향이라 오전엔 창문도 열지 못하다 보니 교실은 순식간에 ‘찜통’이 되어버린다.

이 고교 교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는 에어컨을 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애들을 보면 불쌍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학교 사정에 일부 학생은 반바지 교복을 사 입거나 민소매 사복 차림으로 등교하기도 한다.

의정부 한 중학교에 다니는 A(16)군은 아예 교복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다.

그동안 다리를 내놓는 게 쑥스러워서 여름용 반바지 교복을 사지 않고 긴 바지로 버틴 그였지만 올해는 견디다 못해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긴 바지 교복을 반바지로 만든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적정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학교 전기료 문제와 노후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에어컨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건물의 구조적 문제 탓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방학을 연장하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1년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한 달을 기준으로 이번 달 기본전기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번 달 전력을 적게 사용했더라도 기본전기료는 비싸게 책정된다”며 “학교 기본전기료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