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대 친일파 후손 땅 국고 환수 막히나…재심 ‘퇴짜’

300억대 친일파 후손 땅 국고 환수 막히나…재심 ‘퇴짜’

입력 2016-12-01 11:30
수정 2016-12-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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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후작’ 이해승 손자 상속토지 사건 각하

친일 행위자 조선 왕족 이해승(1890∼1958)이 손자에게 물려준 수백억 원대의 땅을 국고로 환수할 길이 막히는 것일까.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77)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에게 2010년 최종 패소한 ‘상속 토지 귀속 소송’에 대한 법무부의 재심 청구를 1일 각하했다. 각하란 내용 판단 없이 소송 요건이 맞지 않아 심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사건은 당시 법원이 이해승을 친일파로 인정하면서도 재산은 환수할 수 없다고 결론 내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이후 이런 모순의 원인인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일부 보완됐고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법무부의 재심 제기 가능 기간(재심 사유 발생으로부터 30일)이 이미 지나 심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가 ‘특별법 개정’을 재심 사유로 들었지만 이는 확정판결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선 25대 왕 철종의 생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한일강제합병 직후인 1910년 10월 조선귀족령에 따라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다. 그는 일제 패망까지 지위와 특권을 누리며 친일단체에서 활동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특별법이 규정한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또 같은 해 11월 손자 이 회장 상속 재산의 일부인 서울, 경기, 충북 등지의 땅 192필지 국가에 귀속하기로 했다. 약 10년 전인 당시 시가로도 320억원에 달하는 토지였다.

이에 대형 로펌을 선임해 불복 소송을 낸 이 회장은 1심에선 패소했지만, 특별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뒤집기에 성공했다.

특별법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재산 귀속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에 ‘후작 작위는 한일합병의 공이 아니라 왕족이란 이유로 받은 것이므로 재산 귀속 대상이 아니다’란 논리를 편 것이다.

2심과 대법원은 이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같은 결론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국회는 이듬해인 2011년 특별법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란 구절을 삭제했다.

이 회장은 특별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헌재는 2013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1년이 넘게 지난 2015년에서야 사건을 다시 재판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 사건과 별도로 이 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조부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조치와 자신이 물려받은 다른 땅을 친일재산으로 분류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모두 이 회장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법무부는 이 회장이 상속 재산 일부를 팔아 얻은 220억원을 반환하기 위해 별도의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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