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촛불에 권력의 탈을 씌우지 마라

[현장 블로그] 촛불에 권력의 탈을 씌우지 마라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12-12 22:30
수정 2016-12-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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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권력의 탈을 씌우지 마세요.”

12일 정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와글’이 촛불 민심을 대변할 시민 대표단을 꾸리자고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에 제안하자 대부분의 시민은 ‘촛불의 정치 세력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진순 와글 대표는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시민의 위대한 힘을 제도화해야 한다.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변할 시민대표를 선출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시민대표 후보 중에 선정된 인사들로 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하자는 거였죠.

그러나 시민들은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인기투표식 대표 선출로 대표성이 확보될 수 없다”, “국회의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고 정치 커뮤니티도 지천으로 널렸는데 시민의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결국 지난 10일 와글은 “미숙한 운영으로 걱정을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게재하고 제안을 거둬들였습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 열린 지난 10일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무엇보다 ‘권력의 탈을 쓴 촛불’ 혹은 ‘누군가에 의해 주도되는 촛불’을 경계했습니다. 한 시민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촛불집회를 이용해 대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예 안 하는 게 좋다. 시민단체들도 시민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간 폭넓은 공감을 얻은 촛불집회가 영속성을 갖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언뜻 기존의 사회 논리로 보면 집회가 큰 공감과 영속성을 동시에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별한 세력의 리더십이 집회를 이끌면 시민의 공감이 줄어들고, 리더십이 없으면 집회가 한순간에 흩어질 수 있죠.

그런데 시민들은 이런 이분법적인 기존 논리를 거부합니다. 직장인 김윤성(32)씨는 “헌법재판소가 잘못하면 헌재 앞으로, 특검이 잘못하면 특검 사무실 앞으로 촛불을 들고 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감시자 역할을 통해 사회가 정직하게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순수한 촛불집회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고, 사라진 듯하지만 언제나 모일 수 있는 영속성을 부여한 거죠. 물론 이런 생각은 온라인과 SNS가 있어 가능할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새로운 모습을 ‘시민정치’라고 불렀습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어떻게 시민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749만명이 참석한 촛불집회로 올바른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시민의 말, 권력자들은 새겨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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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1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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