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대와 혈액형만 추정…신원·사망 시기·사인 파악 안돼
인천 굴포천에서 마대에 담겨 발견된 젊은 여성시신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할 전망이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르면 이 시신은 150cm가량의 키에 혈액형이 B형인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 신원을 비롯해 사망 시기와 사인조차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은 발견 당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해 지문을 채취할 수 없는 상태였다.
국과수와 경찰은 시신의 늑골과 경추가 골절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후 충격으로 뼈가 부러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시신이 담긴 마대의 제조 시기가 확인돼 수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마대의 유통 경로가 워낙 많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평구청 재난안전과 하천용’이라고 적힌 이 마대는 부평구가 2010∼2012년 약 7천 장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재난안전과는 공공근로사업을 할 때 마대를 직접 배포하거나 구청 내 다른 과에 배부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마대가 시중에서 직접 팔린 것은 아니지만 특정 장소에서 특정 단체에만 배포된 게 아니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신이 담긴 마대는 시간이 오래 지나 대부분 삭았고 마대에 묻은 지문 채취도 불가능한 재질이다.
여성이 입고 있던 긴 팔 티셔츠와 7부 바지도 특정 브랜드가 아닌 보세 의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도 CCTV의 사각지대다.
경찰은 굴포천 주변에 설치된 사설·공용 CCTV를 모두 확보해 조사하고 있지만 영상 보관 기간이 모두 짧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8일 오전 11시 47분께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굴포천 인근에서 이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청소부는 2일 굴포천 주변을 청소하다가 마대를 수거했고 다른 마대들과 함께 차에 실어 1㎞가량 떨어진 유수지 집하장에 쌓아뒀다.
시신은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로 쌀 40kg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마대에 담겨 있었다. 다른 소지품은 지니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의 유전자(DNA) 정보와 수사당국의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실종 신고 사례도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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