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안 前수석 대화기록 확보…“그 여자 누구?”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직 시절 최씨를 알았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모른 척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안 전 수석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도 겉으로는 모른 체하며 최씨의 국정농단에 동참했다는 것으로,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작년 초 최씨의 영향력 아래 K스포츠재단(이하 K재단)이 출범한 이후 정현식 전 K재단 사무총장과 안 전 수석이 여러 차례 나눈 대화 기록을 확보했다.
정 전 총장은 전화 통화를 하고 10여일이 지나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가 K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밝혀 국정농단의 일부를 폭로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K재단 출범 직후 정 전 총장은 감사로 내정된지 얼마 안돼 최씨의 지시로 재무이사를 맡게 됐다.
며칠이 지나 정 전 총장은 안 전 수석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 사실을 말했고 안 전 수석이 그 연유를 묻자 ‘K재단 일을 지시하는 여자 분이 시켰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최씨를 모르는 듯 ‘그 여자가 누구냐’고 되묻고는 별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정 전 총장은 안 전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씨를 염두에 두고 ‘K재단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지시하는 여자 분’ 이야기를 꺼냈으나 안 전 수석은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을 통해 최씨의 온갖 민원을 들어주던 안 전 수석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아는 그가 최씨와 거리를 두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을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인식이다.
안 전 수석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 조사에서도 최씨를 모른다고 줄곧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도 안 전 수석과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최씨는 작년 12월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안 전 수석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은 한두 개가 아니다.
검찰이 지난 11일 최씨의 2회 재판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재단 이사장의 작년 10월 13일 전화 통화 녹음파일에서 두 사람은 재단 통폐합 문제를 논의하며 최씨를 의미하는 ‘최 여사’라는 말을 썼다.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이 ‘최 여사’를 언급하며 말을 잇자 ‘최 여사’가 누구인지 잘 아는 듯 여러 차례 ‘예’라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안 전 수석이 직접 ‘최 여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정 총장과 마찬가지로 최씨의 존재를 알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이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이 점에 주목해 안 전 수석에게 최씨와 어떤 사이인지 추궁했으나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이 ‘최 여사’라는 말을 써 자신도 같은 말을 썼을뿐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는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삼성 건(件) 완료. 최’라고 적힌 문자메시지가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씨가 박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어 삼성의 지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과 긴밀히 접촉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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