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린다고 수족관이 바다 되나…돌고래 사육 ‘비판 고조’

벽화 그린다고 수족관이 바다 되나…돌고래 사육 ‘비판 고조’

입력 2017-02-15 17:01
업데이트 2017-02-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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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설기준 유럽보다 열악…“어떻게 꾸며도 수족관은 감옥”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전시용 돌고래가 잇따라 폐사함에 따라 야생의 돌고래를 한정된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이 수입한 돌고래가 반입 닷새 만인 13일 폐사한 것을 포함, 2009년 개관 이래 이곳 수족관에서는 모두 6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폐사한 돌고래는 일본에서 수입한 4마리와 수족관에서 태어난 2마리다.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돌고래가 죽을 때마다 부검을 통해 직간접적인 사인을 확인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고래생태체험관 전시용 수족관은 가로 17m, 세로 12m, 수표면 면적 204㎡, 수심 5.2m, 수량 1천146t 규모다.

전시되지 않는 돌고래를 따로 관리하는 보조풀장은 가로 30m, 세로 15m, 수표면 면적 450㎡, 수심 4m, 수량 1천456t이다.

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돌고래 사육시설 설치기준(수표면 면적 84㎡, 깊이 3.5m 이상. 1마리 추가 시 면적 35% 증가)을 모두 충족한다.

유럽연합의 유럽수족관포유류협회(EAAM)의 기준(수표면 면적 275㎡ 이상, 1마리 추가 시 면적 75㎡ 증가)을 적용하면 전시용 수족관은 규격 미달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심이 기준 이상으로 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고래가 위험을 피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본능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은 ‘해양 포유류 체장의 두 배 이상 수심 유지’를 수조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몸길이가 최대 4m 가까이 되는 큰돌고래를 수용하는 수족관은 깊이가 8m는 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모의 수족관을 갖추고 돌고래 전시사업을 하려는 기관이나 자본은 사실상 없다.

환경론자들은 높은 지능을 지니고 무리를 지어 사회생활을 하는 등의 특징으로 ‘비인간 인격체’로 불리는 돌고래를 사육하려는 시도부터가 그릇됐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수족관 규모를 늘리고 생태적인 환경을 꾸민다고 해도 돌고래가 하루 100㎞ 이상을 유영하는 바다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래생태체험관에 수입됐다가 13일 폐사한 돌고래는 전시용 수족관이 아닌 보조풀장에서 적응기를 갖던 중에 죽었다.

이 돌고래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에서 지난해 9월 말 포획된 후 약 5개월간 순치(馴致ㆍ길들이기)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순치할 때조차 해안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생활했다. 지붕이 덮인 인공 수족관은 울산에 와서 처음 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폐사한 돌고래가 태평양과 접한 다이지 연안에서 포획된 개체여서, 장생포 앞바다 물을 끌어다 쓰는 수족관 수질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돌고래 보호 단체인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15일 “고래생태체험관은 수족관 배경에 바다 풍경의 벽화를 그리고 인공 바위를 설치해 환경성을 강화했다는데, 이는 돌고래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세계적 추세에 맞춰 돌고래 전시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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