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사회 작전처럼 호텔에서 기습 개최…노조·주민 반발

한수원 이사회 작전처럼 호텔에서 기습 개최…노조·주민 반발

입력 2017-07-14 11:33
수정 2017-07-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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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막히자 상법 근거로…노조 위원장 “단체행동도 할 계획”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기습 작전과 비슷했다.

한수원은 애초 13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한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노동조합과 신고리 원전 인근 주민이 집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해 한수원 본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와 주민은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에 반대해 왔다.

한수원 이사회는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이관섭 사장을 포함해 한수원 소속인 사내 이사는 본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수, 전문가 등 외부인사인 비상임이사 6명은 두 차례 본관에 들어가려 했으나 노조에 막히자 결국 돌아갔다. 비상임이사 1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수원 안팎에선 다음 주 초 다시 이사회가 열릴 계획이란 소문이 떠돌았다.

이 때문에 원전 건설 재개를 촉구해 온 울산시 울주군 주민은 13일 귀가한 뒤 다시 경주에 가지 않았다.

노조 측도 언제 이사회를 여는지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특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 이사들은 14일 오전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했다.

이사들은 전날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하려던 이사회가 무산되자 다음 날 비공개리에 이사회를 열자는 데 전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주에서 머무르며 이사회 소집을 위해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사회 개최는 상법 제390조 제4항을 근거로 했다.

이사회 소집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 제390조의 4항은 ‘이사회는 이사 및 감사 전원 동의가 있을 때는 제3항(이사회 소집에 앞서 회일을 정하고 그 1주간 전에 각 이사 및 감사에 대해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의 절차 없이 언제든지 회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는 오전 9시부터 약 50분간 열렸다.

한수원 노조원들은 상임이사들이 출근하지 않아 경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사회 개최 소식을 들고 호텔로 갔다.

호텔에 간 노조원은 이사회를 마치고 회의실 밖으로 나오는 이사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미 이사회가 끝났기 때문에 특별한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사회 기습 개최와 이사회 결정에 한수원 노조와 신고리 원전 인근 주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 위원장은 “군사 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기습 통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내일 오후 1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앞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이사회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단체행동으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상대 공사 중단 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법에도 없는 원전 일시중단을 결정하고, 한수원이 꼭두각시가 돼 의결했다”며 “한수원 측 진의를 파악하고, 의결 무효 등을 위한 법적 검토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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