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겐 트럼프 반대집회 자유 있어…침묵이 좋은 것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의 메시지 대신에 평화의 메시지를 심어주고 가 달라”는 공개편지를 띄웠다.스리랑카·인도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한미관계가 ‘포괄적 동맹’을 넘어 지속가능한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기회가 되고, 한반도의 평화를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 시장은 “5천만 대한민국 시민들은 전후 반세기 동안 불안의 시간을 축적하며 살아온 동시에 평화와 일상을 지키려는 노력을 매 순간 쌓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서울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일터에 가며,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가 들리는 순간에도 아이가 태어나고 사랑하는 남녀는 결혼을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접경을 지켜온 대한민국 시민에게 힘을 더해달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은 북한의 평양과 겨우 2시간 거리에 있고, 휴전선과는 40km 떨어진 곳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서울의 거리를 꼭 걸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전날 콜롬보 순방 동행기자단과 만나서도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라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며 “전쟁을 얘기하는 것은 이런 동맹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말 폭탄’이 오가는 긴장 상태에서 평화로 넘어오는 계기가 되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석한다면 상당한 해빙 무드가 올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정부가 확보한 남북관계까지 호전되면 그다음 10·4 공동선언 같은 것이 나오고,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야 얼마든지 시위할 자유가 있다”며 “가만히 있고, 침묵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며 때로는 집회가 외교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억지로 집회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국민들의 의사 표현이 위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사고 없이 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민은 국민대로 의사를 표현하는 게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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