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장애인, 언제까지 목숨 걸고 지하철 환승해야 하나요”

[생각나눔] “장애인, 언제까지 목숨 걸고 지하철 환승해야 하나요”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7-03 22:48
수정 2018-07-0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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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승객들 ‘승하차 시위’와 ‘씁쓸한 고성’

작년 신길역 사망사건 이후 시작
환승 구간엔 엘리베이터도 없어
50여명 시위로 총 40여분 지연
일반 승객들 “빨리 내려라” 고함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승강장. 승객을 승하차시킨 뒤 30초 만에 출발해야 할 열차가 10여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50여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한꺼번에 지하철 승차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승강장과 틈이 많이 벌어진 지하철 객차에 탑승하려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두 탑승하는 데 13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 50여명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신길역에서 탑승해 5개 정거장을 이동하고서 서울역에서 내렸다가 재빨리 같은 열차에 재탑승한 뒤 시청역에서 내렸다. 신길역, 서울역, 시청역 3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면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된 시간은 총 40분이었다.

이 시위는 지난해 10월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다가 목숨을 잃은 고 한경덕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환승을 위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던 한씨는 계단으로 추락해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월 사망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3일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77개 역사 가운데 27개 역사에는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개 역사는 아직 설치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하철 출발 시각이 지연되자 일반 승객들은 장애인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한 시민은 “장애가 벼슬이냐. 빨리 내려라”라며 삿대질을 했고, 다른 한 시민도 “장애인 이동권만 중요하냐. 일반인의 이동권은 무시해도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 노인 승객은 “세금으로 먹여 살려 놓으니 장애인들이 배가 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저희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져도 좋다. 이렇게라도 해야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아서 나왔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일반인에게는 잠시의 불편일지 몰라도, 장애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매번 약속만 하고 이행은 되지 않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안전 문제를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청역에서 내린 장애인들은 서울시청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은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느냐”라면서 “하루빨리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열차와 승강장의 간격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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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8-07-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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