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고 이끼 낀 ‘라돈 침대’ 더미… “꺼림칙한데 관광객이 오겄슈”

젖고 이끼 낀 ‘라돈 침대’ 더미… “꺼림칙한데 관광객이 오겄슈”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18-07-15 20:52
수정 2018-07-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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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 반입 한달… 당진 르포

2m 높이 200m 쌓아둔 채 방치
비닐 찢어지고 날벌레 기어다녀
주민들 반출 시한 20일로 통보
“정부 해결하라” 천안선 반입 거부
정부·원안위 등 책임 떠넘기기
전문가 “지금이라도 주민과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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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제철 고철 야적장에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한 달째 수북이 쌓여 있다. 뒤쪽 산 너머가 안섬(고대1리)으로 야적장과 300m쯤 떨어져 있다. 정부 등과 협약한 대진침대 천안 본사로의 매트리스 이전이 그곳 주민의 반입 거부로 차질을 빚으면서 안섬 주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②당진시 송악읍 동부제철 고철 야적장에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한 달째 수북이 쌓여 있는 가운데 빗물에 잠긴 것들도 많다. 물이 썩으면서 날벌레들이 날거나 기어다니고 있어 주민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제철 고철 야적장에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한 달째 수북이 쌓여 있다. 뒤쪽 산 너머가 안섬(고대1리)으로 야적장과 300m쯤 떨어져 있다. 정부 등과 협약한 대진침대 천안 본사로의 매트리스 이전이 그곳 주민의 반입 거부로 차질을 빚으면서 안섬 주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②당진시 송악읍 동부제철 고철 야적장에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한 달째 수북이 쌓여 있는 가운데 빗물에 잠긴 것들도 많다. 물이 썩으면서 날벌레들이 날거나 기어다니고 있어 주민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국에서 회수한 라돈침대 1만 6900개를 충남 당진에 주민 몰래 쌓아놓은 지 15일로 한 달이 됐다. 이날은 또 주민과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대진침대 천안 본사로의 반출을 협약한 당초 시한일이다. 주민들은 장맛비를 이유로 5일을 양보해 오는 20일까지로 최종 시한을 통보했지만 천안 주민의 반입 거부로 야적장에서 꼼짝 못하는 매트리스 더미를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쯤 당진시 송악읍 고대1리 동부제철 고철 야적장에 들어서자 침대 매트리스가 너른 들판처럼 쌓여 있다. 2m 높이로 매트리스 더미가 길이 200m 가까이 펼쳐졌다. 폭은 80m쯤에 달했다. 매트리스마다 비닐로 싸고, 더미 위에 또 비닐을 씌었다.

높이 8m의 철그물 펜스로 둘러싸인 야적장에서 비와 햇볕에 방치된 지 한 달. 매트리스는 적잖이 색이 바랬고, 일부는 비닐이 찢어졌다. 비닐 속에 물기가 가득해 금세 곰팡이라도 필 듯했다. 더 깊숙이 들어가자 빗물에 잠긴 매트리스 더미가 나타났다. 찢어진 틈으로 더러운 물이 들어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고인 물에는 진흙과 섞인 이끼가 두껍게 떠 있었다. 날벌레들이 기어다녔다. 야적장에는 고철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만 더러 보일 뿐 인적이 뜸했다.

야적장 옆에 작은 야산이 있고, 그 너머가 지난달 15일 정부가 라돈침대 매트리스를 쌓아 놓자 집단시위에 나섰던 안섬(고대1리)이다. 300m쯤 떨어진 어촌으로 150가구 550명이 산다. 마을 초입 식당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해변공원을 만든 뒤 매년 관광객이 수만명 오는데 라돈침대가 옆에 있다고 하면 기분이 좋것슈. 천안에 회사가 있으니 거기가 딱 좋은데, 뭐라 하기도 그렇고 참…”이라며 혀를 찼다. 주민들은 라돈침대가 자칫 지역 갈등으로 번질까 봐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대진침대 본사가 있는 천안시 직산읍 판정리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판정리 이장 이철하(60)씨는 “우리의 반발은 당진과 무관하다”면서 “대진침대가 본사를 방문한 시의원들에게 ‘더이상 본사로 매트리스를 반입하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안시의회도 지난 13일 “정부가 해결에 나서라”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대진침대 본사에도 전국에서 가져온 매트리스 1만 8000여장이 쌓여 있다. 주민 반발로 2000여장만 처리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정문 앞에서 매트리스 반입을 막고 있다. 판정리에는 100여가구가 있는데 40가구가 공장 건너편에 몰려 있다.

두 지역의 이송 요구와 반입 거부 사이에서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라돈침대가 갈 길을 잃었다.

김문성(64) 고대1리 이장은 “원안위는 야외에 매트리스를 오래 둬도 방사능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꺼림칙하다”며 “매트리스를 하루 만에 반입했는데 맘만 먹으면 반출도 하루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대진침대가 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20일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협약서를 공개하고 송악읍 31개 마을과 연대해 청와대 시위에 나서겠다”고 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 원안위 등이 소관 및 책임 문제를 놓고 서로 떠넘기고 사전에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면서 커졌다”며 “지금이라도 주민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에 참여시키고, 나아가 보상 부분까지도 논의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원 교수는 “제3의 처리 장소 선택은 혼란만 더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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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8-07-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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