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주먹 언제 날아올지…” 공포 속 택시 기사

“취객 주먹 언제 날아올지…” 공포 속 택시 기사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2-11 22:18
수정 2019-02-1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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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눈 피하고 말 안 하려고 노력”

운전사 3명 중 1명꼴 승객 폭언 경험
승차거부 신고·사납금 탓에 취객 태워


지자체 보호벽 시범 설치 단발성 그쳐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등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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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치고 취객하고 시비 안 붙어 본 사람이 있을까요? 그냥 눈을 피하는 게 상책이죠.”(50대 서울 택시 기사 임모씨)

지난 10일 만취 승객이 여성 택시 기사를 무차별 구타해 뇌출혈 상태에 빠뜨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11일 취재진과 만난 택시 기사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착잡해했다. 취객은 택시 기사들이 꼽는 ‘기피 고객’ 1순위다. 고립된 차 내에서 폭언·폭행을 일삼는 취객들로부터 기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택시 기사들은 술 취한 손님을 상대하는 일상적 두려움을 취재진에 털어놨다. 임씨는 “크게 맞지 않는 한 경찰서에 가도 별수 없다”면서 “반말과 욕설로 화풀이하는 밤손님이 많아 가급적 말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원모(61)씨는 “차에 토해 그날 영업을 못 하게 만들거나 돈 내지 않으려고 택시가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고 도망가는 취객도 많다”면서 “비틀거리는 승객이 보이면 안 태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경찰에 접수된 운전자 폭행 사건은 1만 5422건에 달했다.

이복임 울산대 간호학과 교수가 2016년 발표한 ‘택시운전원의 고객응대 노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3명 중 1명꼴(33.7%)로 승객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협이나 굴욕적 행동을 경험한 비율은 12.3%, 신체적 폭력 경험도 6.1%였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택시 기사를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일본에서는 승객이 타는 보조석·뒷좌석과 운전석을 분리하는 보호벽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지부에서 택시 140여대에 보호벽을 시범 설치해 운행했다. 서울시도 2014년 여성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택시에 보호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단발성 사업에 그칠 뿐 보호벽 전면 도입을 시행한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승객과 기사에게 모두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취객의 폭언·폭행이 빈번하지만 기사는 승차거부 신고를 당하거나 사납금을 채우기 어려울까 봐 안 태우기 어렵다”면서 “최소한 보호벽이나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를 최대한 떨어뜨린 택시용 차량을 개발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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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2-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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