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614명 정규직 전환…국립대병원 최초 ‘비정규직 제로’

서울대병원 614명 정규직 전환…국립대병원 최초 ‘비정규직 제로’

유대근 기자
입력 2019-09-03 22:18
수정 2019-09-0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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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싸움 종지부… 경비·미화원 포함

타 국립대병원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병원에 꼭 필요한 업무를 하는 만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달라”며 10여년간 싸워 온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이 병원 사원증을 받게 됐다. 자회사 채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고집하던 병원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꿔 직접 고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노사 간 갈등하는 다른 국립대병원에도 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서울대병원은 경비, 환경미화 업무 등을 하는 이 병원 소속 파견·용역 비정규직 614명 전원을 오는 11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3일 밝혔다. 또 서울대가 운영하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하청노동자 200여명도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서울대병원과 노동조합 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국립대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 형태로 대규모 정규직 전환한 건 일부 치과병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처음이다.

전환 대상 직종은 환경미화, 소아급식, 경비, 운전, 주차, 승강기 안내 등이다. 병원의 정년(60세)보다 고령인 노동자들에게는 기존 파견업체 정년(65~70세)을 인정해 줘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꼬리표를 떼는 데는 10여년이 걸렸다. 원래 병원 직원으로 일하던 소아급식 등 노동자들은 2004년쯤 이 병원이 해당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파견업체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 등 어려움을 겪자 2009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한 뒤 노동조건 개선과 직접 고용을 요구해 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13개 국립대병원 전체 파견용역직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4399명이었지만 지난달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15명에 불과했다. 병원 측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재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직접 고용을 꺼렸다. 대신 자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자회사 채용 방식은 처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며 반대해 왔다.

최근 변화 기류가 생겼다.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국립대병원장들을 만나 직접 고용 원칙을 강조한 것이 단초가 됐다. 김태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나머지 12개 국립대병원에서도 파견용역 비정규직 문제를 협의 중인데, 서울대병원의 영향을 받아 잘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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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9-09-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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