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히든히어로 1호’ 선정된 정한균 순천중앙초 감독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히든히어로(숨은 영웅)상을 받은 정한균 순천중앙초 감독이 14일 중앙초 축구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성용·김영광 등 스타 선수 수십명 배출
정년 끝났지만 학부모 요청에 현장으로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 축구의 미래입니다.”
기성용 등 유명 축구선수를 다수 배출한 정한균 순천중앙초 감독은 14일 서울신문과 만나 “유소년축구가 튼튼해야 국가의 축구 발전이 성취될 수 있다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축구지도 공로가 큰 지도자에게 주기 위해 만든 히든히어로(숨은 영웅)상의 1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정 감독은 한국 유소년 축구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축구 인재 양성의 전문가로 꼽힌다. 26세 때인 1983년 한국전력 유소년축구단 전임 지도자로 선발된 뒤 줄곧 순천중앙초를 이끌고 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잎이 무성하듯 유소년축구 지도자로서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축구 스타의 탄생을 이끌기도 했다. 기성용이 대표적이다. 전 월드컵 대표 박요셉, 김영광,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아시아선수권 MVP 출신 이종호 등 수십여명의 프로선수가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다.
그는 축구 인재를 배출하는 비결에 대해 기술 중심의 훈련이라고 말한다. 기성용의 경우 아버지가 광양제철고 감독을 하고 있던 시절이어서 당연히 산하 팀인 광양제철남초로 진학해야 했지만 정 감독이 있는 학교로 보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영옥 감독은 당시 아들을 순천중앙초에 보낸 이유에 대해 “파워나 체력보다는 기술 위주의 축구를 가르치는 점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36년 동안 단일 학교에서 전국소년체전 5회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총 135회 정상에 올랐다. 국제대회 우승도 15차례가 넘는다.
그를 만난 지난 13일 오후 4시에도 정 감독은 찬바람을 맞으며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지난해 정년퇴직 후 당분간 푹 쉬고 싶었지만 학부모와 학교 측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하고 계약직으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 감독은 “볼과 기술, 여기에 재미(흥미)를 더하면 최상의 축구 훈련 방법”이라며 “성장 과정에서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기에 그라운드 전체를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운동부에 부정적이고 무관심한 학교가 많은데 우리 선수 30명의 이름을 모두 알고, 인성교육도 중시해 주는 임덕희 교장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20-0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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