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번 환자’ 잠복기 14일 넘겼다…2주 채운 우한교민 전원 퇴소

‘28번 환자’ 잠복기 14일 넘겼다…2주 채운 우한교민 전원 퇴소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2-11 15:42
업데이트 2020-02-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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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 환자,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 이후 19일 지나

28번 환자 겉으론 코로나 증상 미미
中서 감염됐을 경우 잠복기 더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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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4번째 확진자가 나온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실 앞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2.7/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4번째 확진자가 나온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실 앞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2.7/뉴스1
중국에서 집단 발병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28번 환자(30세 여자, 중국인)가 16일 전 확진된 3번 환자(54세, 남성)의 지인으로 밝혀지면서 신종코로나 잠복기가 보건당국이 규정한 14일을 넘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번 환자가 중국에서부터 감염돼 한국에 들어왔을 경우 잠복기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연구진은 최장 잠복기를 24일로 발표함에 따라 보건당국의 신종코로나 대응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28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확진된 3번 환자의 지인이다.

28번 환자는 3번 환자가 확진되기 전 함께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성형외과에서 접촉한 날은 지난달 24일이다. 이날 ‘2차 감염’이 이뤄졌다면 잠복기가 19일이 지난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3번 환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거주자로 우한국제패션센터 한국관(더플레이스·THE PLACE) 근무하다 지난달 20일 귀국했다. 22일부터 열감,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났고 26일 확진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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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확진자 음압 치료 중인 명지병원
3번째 확진자 음압 치료 중인 명지병원 보호복을 착용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관계자들이 27일 음압병실에서 국내 세 번째 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 국내 확진 환자가 4명으로 늘어나는 등 확산 우려가 커지자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병원명을 쉬쉬했다가 국민 불안감을 키웠던 교훈을 감안, 명지병원은 우한 폐렴 환자 입원 사실을 자진 공개했다.
명지병원 제공
3번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를 함께 방문했다. 24일에도 같은 성형외과를 함께 찾았다. 이때는 3번 환자에게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 이후였다.

28번 환자가 3번 환자에게 감염됐다면, 마지막 접촉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잠복기가 19일이 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 14일을 넘는 상황이다.

초기 증상이 미미했던 28번 환자는 3번 환자의 확진 이후 자가격리 중에 검사를 받았고, 이날 양성으로 확인돼 명지병원에 격리됐다.

앞서도 3번 환자의 접촉자 가운데 확진자(6번 환자)가 나왔지만, 이 확진자는 잠복기 14일 내에서 발생했다. 6번 환자(55세 남성)는 3번 환자와 1월 22일 서울 강남에 있는 식당(압구정로 ‘한일관’)에서 함께 식사를 했고 8일 뒤인 같은 달 30일 확진됐다.

이후 6번 환자로부터 부인(10번 환자·54), 아들(11번 환자·25)이 감염됐고, 명륜교회 지인인 21번 환자도 감염됐다. 11번 환자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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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이송되는 ‘유증상 2차 우한 교민’
국립중앙의료원 이송되는 ‘유증상 2차 우한 교민’ 정부의 2차 특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인 탑승객이 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0.2.1 연합뉴스
“28번 환자, 초기 증상 경미해 못 느꼈을수도”
보건당국은 28번 환자가 초기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확진이 늦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방지환 중앙임상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28번 환자는 잠복기가 길 수도 있겠지만 초기 증상을 못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초기 증상이 경미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코로나는 보통 감염 시점부터 일주일까지는 가벼운 감기몸살 증상을 보인다”면서 “그 뒤에 증상이 나빠지다 2주째에는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28번 환자는 현재 명지병원 격리병상에 격리됐는데 겉으로 드러난 뚜렷한 증상은 없다. 바이러스 검사에서도 양성으로 판정됐지만, 검사 결과가 양성과 음성을 판정하는 경곗값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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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8번 확진자 격리된 전남대병원
16, 18번 확진자 격리된 전남대병원 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 18번 확진자를 격리 중인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감염 읍암 격리실에 의료진이 방역복을 입고 출입하고 있다. 2020.2.5
연합뉴스
28번 환자가 중국에서 감염된 뒤 입국했을 가능성도 있다. 3번 환자와 함께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했다면 잠복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대 잠복기를 감안한 보건당국의 추가적인 전략 수립과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밖에 보건당국이 28번 환자를 3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해 관리하기 전 다른 감염원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보건당국은 8일 3번 환자의 접촉자를 모두 격리에서 해제했다가 다음 날 1명만 다시 격리했다. 다시 격리된 1명은 28번 환자로 추정된다. 3번 환자의 접촉자는 전날 기준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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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임시 휴점한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부산 지역 ‘빅3(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은 문을 닫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했다. 부산 연합뉴스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임시 휴점한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부산 지역 ‘빅3(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은 문을 닫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했다.
부산 연합뉴스
중국 연구진, 최장 잠복기 24일 발표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가 최장 24일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지난 10일 중국 과학망에 따르면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끈 연구진은 최신 논문에서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론은 잠복기가 14일을 넘지 않는다는 중국 보건당국의 기존 발표와 큰 차이가 있다.

잠복기가 의료진의 현행기준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신종코로나 예방·통제에 중대한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논문은 중국 31개성·시 552개 병원의 확진 환자 1099명의 임상 특징을 연구한 것으로 ‘슈퍼전파자’의 존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장 잠복기 14일을 격리 기간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신종코로나의 잠복기가 길어지면 예방·통제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보호 장구를 차려 입은 의료진이 5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국제 컨퍼런스 전시센터에 긴급히 들어선 병상에 환자를 눕히고 있다. 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보호 장구를 차려 입은 의료진이 5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국제 컨퍼런스 전시센터에 긴급히 들어선 병상에 환자를 눕히고 있다. 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잠복기 2주 채운 우한교민 700명 전원 퇴소 예정대로
우한교민 2명, 중국 아닌 한국서 확진

신종코로나 증상이 통상적인 잠복기인 2주 뒤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신종코로나의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온 우한교민의 퇴소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실제 우한교민 2명(13·24번 환자, 둘다 28세 남성)은 중국에서는 증상이 없었으나 잠복기를 거쳐 한국에 들어와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일단 예정대로 700명 전원을 오는 15~16일 임시생활시설에서 전국의 개별 거주지로 퇴소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운영 종료 및 후속조치’(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머물고 있는 교민 527명은 15~16일 이틀 간 차례로 퇴소한다. 15일에는 지난달 31일 입소한 194명, 16일에는 이달 1일 입소한 333명이 각각 귀가한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 173명은 15일 일괄 퇴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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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기나긴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고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 이날 오전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368명의 교민 중 200명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150명은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분산 수용됐다. 2020.1.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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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들어가는 버스
줄지어 들어가는 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0.1.31 연합뉴스
우한교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임차버스를 타고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별 거점까지 이동한 뒤 개별 귀가하게 된다. 이동할 때는 2개 좌석당 1명씩 착석한다.

아산과 진천에서 격리생활 중 의심증상을 보여 신종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은 교민은 이달 4일부터 10일까지 모두 31명이었다. 아산이 23명, 진천은 8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이 확진자로 판정됐다.

2월 5일 처음 검사한 3명은 음성이었고 6일에 검사한 1명이 국내 24번 확진자다. 앞서 지난달 31일 1차 입국 당시 교민 전수 진단검사에서 확진 환자로 확인된 사람은 13번 환자다. 24번 확진자는 13번 환자의 직장 동료다. 24번 확진자와 같은 버스로 이동한 사람들 등 19명이 7일부터 10일까지 추가로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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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검역 관계자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항공편으로 돌아온 교민들의 검역 마친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2020.1.3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1일 오전 검역 관계자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항공편으로 돌아온 교민들의 검역 마친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2020.1.3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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