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찾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우리가 힘 되겠다” 손길

이천 찾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우리가 힘 되겠다” 손길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5-04 00:42
업데이트 2020-05-0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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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이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이 이천 화재 유족들을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3일 경기 이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이 이천 화재 유족들을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벌써 관련 기사가 줄었어요. 이러다 조용히 묻히면 어쩌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족)

“뿔뿔이 흩어지지 말고, 피해자들끼리 꼭 같이 헤쳐나가야 해요.”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실종자 가족)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은 지 닷새째인 지난 3일 저녁.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특별한 조문객이 왔다.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이자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허영주·허경주 자매와 어머니 이영문씨였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철광석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가던 중 침몰했다. 당시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선원 24명 중 구조된 건 필리핀 선원 2명. 사고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22명도 여전히 실종 상태다.

지난해 2월 외교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진행하며 유해가 발견됐지만, 아직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아 가족들은 3년째 사망신고도 못하고 있다.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유가족 대기실을 찾은 이들은 이천 화재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족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남아있는 사람이 할 건 해야 한다”고 위로했다.

이들이 일부러 이천까지 찾아 유족들의 손을 맞잡은 건 ‘국가의 부재’를 경험한 본인들의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허영주 대표는 “사고 초기 해경, 해수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소관이 아니다’라며 떠넘기기만 했다”면서 “해외 선박재난의 경우 외교부가 주무부처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만 넉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해상 사고와 화재라는 종류의 차이만 있을 뿐 사건 이후 기업의 대응이 ‘판박이’라면서 피해자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천을 찾은 시공사 건우 대표가 5분 만에 쓰러져 실려 나가는 걸 봤다. 우리도 선사 회장이 링거를 맞고 ‘쇼’하는 등 똑같은 사태를 겪었다”면서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라 정부에서도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으로 구속됐고,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인양됐다”면서 “누구도 우리 이슈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때문에 초반에 수사를 확실히 하지 못한 게 끝까지 후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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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한 희생자의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0.5.3.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3일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한 희생자의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0.5.3.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진상규명 절차가 지지부진 이어질수록 여론의 관심도 떨어질 거라며 피해자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정부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나서긴 하지만, 결국 피해자 가족이 직접 뛰어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같은 국가적 재난을 겪은 사람으로서 서로 알고 지내다 보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천 화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조문했다.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먼저 비극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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