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방역지침… ‘회색지대’ 찾는 사람들
‘매장 내 취식 안 돼요’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카페 테이블에 고객들의 취식을 막는 테이프가 설치돼 있다. 2020.11.26 연합뉴스
2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안. 점심을 마친 테이블에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금지되자 식사 후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에 손님들이 몰린 것이다. 물론 코로나19가 재확산 이후 사람들 간 점심 약속이 많이 줄어 곳곳에 빈 테이블도 있었지만, 그나마 이 레스토랑에는 커피까지 마시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고객은 “점심 후 커피를 마실 데가 마땅치 않다 보니 처음부터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며 “예약을 하기 전 커피 주문이 가능한지 묻는 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카페에선 포장·배달만 허용되면서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회색 지대’를 찾으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브런치 카페의 경우 간단한 토스트만 시키면 매장 내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실 수 있어 카페의 대안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매장 내 커피 취식이 가능한 기준이 모호해 꼼수 영업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토스트랑 같이 시키면 OK?… 당국 “대안 없어”
실제로 같은 날 서울 마포구의 한 브런치 카페는 8000원짜리 토스트만 시키면 매장 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가능했다. 사람이 몇 명이 오든 상관없었다. 토스트를 식사로 분류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시는 앞서 브런치 카페의 경우 음식을 주문하면 매장 내에서 식사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4명이서 토스트를 주문하고 커피를 마실 경우 한 사람당 2000원만 추가부담 하면 돼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다”며 “커피를 매장 내에서 마실 수 있는 게 좋긴 하지만, 방역의 취지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커피 취식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게 문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브런치 카페의 경우 단독으로 커피를 시키는 건 안 되고 음식을 시키는 경우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지침을 검토하고 지자체에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며 “기본적으로 음식점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실 수 있고 카페에선 배달·포장만 가능하다는 대원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디저트 카페, 음료는 포장만
1일 서울 종로구 한 디저트 카페에서 일부 의자를 기울여 놓고 커피, 음료, 디저트 등을 포장 판매를 하고 있다. 2020.12.1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