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딸 같아서 더 먹먹”…추모객 발걸음 끊이지 않는 묘소

“정인이, 딸 같아서 더 먹먹”…추모객 발걸음 끊이지 않는 묘소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1-05 15:40
수정 2021-0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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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간식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간식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정인이 또래의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먹먹해서 넋이라도 달래주고 싶어 왔어요.”

5일 강원 원주에서 가족과 함께 정인이(입양 전 이름)의 묘를 찾은 홍지원(41)씨는 어린 딸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양부모의 학대·방임으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이날 정인이가 묻힌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간식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편지와 간식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한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추운 날씨에도 이날 오후 정인이 묘소에는 10팀이 넘는 추모객들이 찾아왔다. 대부분 정인이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었다. 만 4살, 2살 두 아이를 키우는 신현진(38)씨는 “둘째 아이가 정인이와 한 달 차이”라면서 “여기 온다고 정인이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정인이가 지금 이곳을 볼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고,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와 아들, 손녀 3대가 찾은 가족도 있었고, 홀로 검은 상복을 입고 찾아와 조용히 추모하고 돌아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정인이의 묘지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과 장난감, 어린이 음료수 등으로 가득했다.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부모가 정인이의 마지막 길에 보인 유일한 성의가 3000원짜리 다이소 액자였다는 사실에 분노한 추모객들이 정인이를 위로하려고 챙겨온 선물이었다. 정인이를 위해 직접 만든 도시락과 어린이용 숟가락을 싸 온 이수진(40)씨는 “정인이가 살아있을 때 아이를 위한 도시락이나 밥을 해준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남편과 함께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인이와 동갑인 2019년생 딸, 남편과 함께 정인이의 넋을 기리고 돌아갔다.
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추모객이 직접 싸온 도시락을 묘소에 내려놓는 모습.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입양 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묘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추모객이 직접 싸온 도시락을 묘소에 내려놓는 모습.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추모객들은 어린 생명이 부모 손에 목숨을 잃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공원묘원을 방문한 이명호(37)씨는 “정인이가 양부모에게 입양된 건 통역사로 일하는 양어머니와 방송국에서 일하는 양아버지 등 그들의 안정적인 직업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입양 가정을 심사할 때 경제적 여유만 보지 말고 부모의 양육관이나 인성 등을 철저히 평가해달라. 입양 이후에도 입양 가정을 꾸준히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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